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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소극(笑劇)이다. 문학판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름이 들먹여진 것은. 소극인데 우습기보다 기괴스럽다. 정치 진영의 독선을 뒷받침하는 한 인간의 권력 욕망이 검은 그림자로 일렁이는 탓이다.

추 장관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자신의 아들 군 복무 특혜 문제를 거론하자, “소설을 쓰시네”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한국소설가협회가 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까닭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문화 융성 책임이 있는 한 나라의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소설의 허구는 지어낸 이야기임을 전제한 후 독자로 하여금 믿게 하면서 세상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거짓말과 동의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실, 진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을 ‘소설 쓴다’고 비아냥대는 것이 우리의 관행 어법으로 굳었다. 소설가들은 평소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김호운 소설가협회장이 책 ‘소설학림’ 맨 앞에 그 의견을 적어놨을 정도다.

그렇지만 성명까지 낸 것은 세간의 관행 어법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아닐까. 협회는 그런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소위 지도층 인사가 그릇된 인식을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소설을 쓴다, 라는 행위에 바탕을 둔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의원 초년 시절인 2001년에 이미 문학판에 독설가로 등장한 적이 있다. 취중에 소설가 이문열 씨의 정치적 태도를 비판하며 ‘가당치 않은 놈’이라고 욕을 퍼부었던 탓이다. 그와 소설가들의 악연이 이번에 재현된 셈인데, 그는 이에 대해 모른 체 침묵하고 있다.

소설 운운한 추 장관 발언이 일반 국민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에 있다. 그는 의원 시절에 장관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누구보다 격렬히 질타했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이제 자신이 비판했던 모습의 최악 버전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합리적 비판에 귀를 막고 있다. 오불관언 진영 논리에만 복무하고 있다. 그 진영에서 그토록 극찬하며 세웠던 검찰총장 입에서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말이 나왔다. 참으로 기괴한 소극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는 이 판에서 ‘민주적 통제’를 내세운 독선의 칼을 맹목적으로 휘두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한때 지역감정을 넘어서겠다는 정의감으로 뭉친 ‘추다르크’였다. 그 결기가 지금은 정권의 반대편을 다 제압하겠다는 독기가 되어 나라를 두 동강으로 결딴내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깨부순다는 명분으로 진영 싸움의 돌격대장을 자처하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그 싸움의 와중에 사찰을 찾고 염주를 굴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후 역풍이 불자 삼보일배를 통해 친노 진영에 속죄한 바 있다. 그런 이력을 통해 종교가 정치 뒷배가 될 수 있음을 체득했는지 모르겠으나, 부디 불교 사상의 핵심인 절제와 겸허, 그리고 통합을 새기길 바란다.

소설가들은 나중에 이 싸움판을 소재로 삼아 작품을 쓸 것이다. 당대의 진실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다. 추 장관은 그 역사 소설에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러면 대승적인 언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헛된 소망일지라도 한 번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