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과학계에서까지 벌여온 황당한 ‘적폐몰이’ 실상(實相)이 검찰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횡령 혐의로 2018년 11월 고발한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에 대해,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30일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한다. 과기부는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던 2012년 미국 로런스버클리연구소 장비를 사용하며 연구비 22억 원을 이중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18개월간의 검찰 수사 결론은 ‘무혐의’였다.

과기부가 불복해 준항고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신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문이면서 영남대 이사 출신이어서 터무니없이 ‘적폐’로 낙인 찍혔다는 과학계 안팎의 의심은 설득력을 더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해당 연구소에 대한 지난해 1월 현장 조사에서 과기부가 “DGIST와의 계약은 미국 법에 따른 정당한 것이며 어떤 이면 계약도 없다”는 증언조차 무시하며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것도 ‘묻지 마’ 식의 청산 저의 외에 다른 이유가 있기 어렵다.

문 정부 출범으로 임기 중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연구기관장이 12명에 이른다.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과기부 차관한테서 ‘촛불 정권이 들어섰으니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도 밝혔다. “과학계는 장기적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인데, 정권이 바뀌면 무조건 사람을 바꾸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는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 지적 취지대로, 문 정부는 국제 망신까지 자초한 적폐몰이를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과학계 외 분야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