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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음대 교수 성추행 피해자의 호소… 2년간 외로운 투쟁

가해 교수는 아버지 동문 후배
‘살려달라’ 메시지 보내더니
경찰 조사 시작되자 혐의 부인

“박원순 피해자 얼마나 힘들까
2차피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

“피해를 섣불리 말하면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 있다는 마음에 언급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4일 서울대 음대 교수 제자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사진) 씨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 속에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권력형 성추행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면 여성은 언제나 ‘사회적 우월자’에 의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지만 교수가 권력을 이용해 여제자에게 검은 손길을 뻗치는 성추행의 빈번한 공간이기도 하다.

학부 졸업생이던 A 씨는 지난 2015년 음악회 공연 뒤풀이에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B 교수의 말만 믿고 함께 차에 탔다. 특히 B 교수는 아버지와 음대 동문 선후배 관계여서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차를 타고 가던 중 B 교수는 A 씨를 강제추행했다. A 씨에게 그날의 기억은 인생에서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괴로운 순간이었다. 학교 교실에서 배웠던 여성 인권은 온데간데없었다. 긴 고민 끝에 지난해 5월 A 씨는 경찰에 B 교수를 고소했다. 같은 해 9월 B 교수는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지만 보강수사 지휘가 내려졌고 12월에 다시 송치됐다. 그러나 이후 검찰 조사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B 교수는 처음에는 A 씨 아버지에게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된 후 혐의를 부인했다. A 씨는 “성범죄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맞는데 현실은 반대인 것 같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A 씨와의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됐다. 그는 자신이 겪은 ‘위력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도 저처럼 많이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A 씨는 “음대 지망생들은 예술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좁고 폐쇄적인 세계를 통과하며 살아야 한다”며 “음악만 배워 온 입장에서 생살여탈권을 지닌 지도교수에게 밉보이면 바로 ‘아웃’되지 않을까 싶어 말 한마디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사건 이후 A 씨는 대중 장소에서 공연도 제대로 못 하고 인간관계조차 사실상 ‘단절’됐다고 했다. A 씨는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다가도 나중에는 교수의 영향력이 두려워 지인들과 멀어져야 했고, 지금은 전공과 무관하거나 교수의 영향력 밖의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재 A 씨는 불면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는 “자칫 피해를 말했다가 주변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두렵고, 내 앞길에 장애물로 돌아올 만한 상처나 후회를 만들고 싶지 않아 잊고 살자고 체념했던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수에게서도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들었는데 공격이 갑자기 들어오면 스스로 얼어버려 ‘하지 말라’고 거부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서울대 음대 측은 문화일보에 “재발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A 씨는 올해 6월 서울대 인권센터에도 사건을 제소했다. A 씨는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느껴 어렵게 고소까지 했는데 수사 진행도 어려운 상황이니 그 여성도 얼마나 힘들겠냐”며 “2차 피해 역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