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안동에서 농민들이 안동포의 주원료인 대마를 수확하고 있다. 안동시청 제공

정부 ‘산업용 헴프 특구’ 지정

임하면·풍산읍 등 5곳 34만㎡
내년부터 2년간 450억원 투입
저마약성 품종 잎·미수정 암꽃
유효성분 추출·의약품 등 개발

경북도“2022년 시장규모 36조
고부가 바이오시장 창출 효과”

환각 성분 때문에 마약류관리법으로 이용이 규제됐던 대마(大麻)가 의약품 원료로 부활해 경북 안동의 대마 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마는 안동포의 주원료로 쓰이지만, 재배 면적이 급감하는 등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4일 경북도와 안동시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안동 일대를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 특구’로 지정하면서 2년 전 의료용 대마 수입 허용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도 의약품용 대마 재배가 허용될 전망이다. 대마는 마리화나와 헴프(HEMP)로 분류되며 헴프는 환각성을 지닌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 0.3% 미만인 저마약성 품종군이다. 이 성분과 추출물을 의약품 등으로 이용하는 것을 헴프 산업으로 부른다. 대마는 해외에서는 의약품, 섬유, 건축자재 등의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섬유용과 종자용으로만 재배가 허용돼 안동에서는 줄기를 이용해 안동포를 만들며 향정신성 효과가 강한 대마잎 등은 소각했다. 의약품 원료용으로 사용되는 부분은 잎과 미수정 암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마는 마약 성분이 있어 스마트팜에서 별도 관리하며 재배할 것”이라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통제할 수 있으면 안동포에서 사용하는 대마처럼 노지 재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의약품 원료용으로 대마가 산업화하게 된 것은 성분이 뇌전증과 치매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동시와 안동시의회 등은 대마를 의약품용으로 사용하도록 합법화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며 2018년 12월 국회에서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대마를 이용한 의약품 수입을 허용했다. 또 헴프 특구에서 의약품 원료로 상용화하도록 실증하면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의약품 원료로 국내에서도 재배를 허용하기로 해 안동은 대마 산업 재도약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물론, 대마를 흡연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이미지 크게보기 대마 잎은 환각 물질 외 뇌전증 같은 난치병 치료에 효과를 나타내는 ‘칸나비디올(CBD)’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헴프 특구는 안동시 임하면·풍산읍 등 5곳(면적 34만㎡)으로, 2021∼2022년까지 2년 동안 450억 원을 투자해 대마에서 뽑아낸 물질로 의약품 원료를 만들고 수출도 한다. 이를 위해 경북도와 안동시는 이 일대에 스마트팜 기업을 유치하고 헴프에서 고순도 칸나비디올(CBD·통증과 염증을 줄이며 간질 발작을 조절하고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성분)을 추출·정제해 원료 의약품으로 제조하거나 의료 목적 제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도는 블록체인 기반의 헴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예기치 못한 대마 유출을 사전 차단하는 실증도 추진한다. 임하면 일대는 스마트팜 헴프 재배공원을 조성하고 풍산읍 일대에는 CBD 소재 추출 기업·종합지원센터 등을 갖추기로 했다. 특히 풍산읍 경북바이오산업단지 2단지를 ‘대마 기반 바이오산업 특화산업단지’로 육성하고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마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면서 헴프 산업 세계시장 규모가 오는 2022년쯤 3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면서 “특구 지정으로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 시장 창출 등 산업 영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도 투자유치과에 의료용 대마 특구팀을 신설하고 이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안동시 관계자는 “대마 산업화 길이 열린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을 완벽히 검증해 안동시가 대마 산업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대마 줄기를 이용하는 안동포 육성에 나서고 있으나, 재배면적과 경작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안동시에 따르면 올해 대마 재배면적은 임하면과 서후면 일대 4.5㏊이며 경작인은 18명이다. 10여 년 전인 2008년에는 재배 면적과 경작인이 각각 38.2㏊와 98명이었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2018년 안동포와 대마 산업 육성·지원 조례안을 제정하고 대마 종자 비용, 비료 구매비 등 지원에 나섰다. 또 안동포 기능 인력 양성 등을 위해 2018년 임하면 금소리 일대에 안동포전승교육관과 천연염색체험장 등이 갖춰진 ‘길쌈 마을’도 준공했으나 질 좋은 화학섬유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동포는 ‘수의(壽衣)’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안동=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