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최재형 몰아세우기’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
감사원장 제청권 무시한 것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한 여권의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월성 원전 감사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게 나올 것으로 알려지자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등의 최 원장 ‘흔들기’는 더 나아가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감사원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41% 발언’을 대선 불복이라는 與 = 한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3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의원들이 완장 차고 최 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물러나라고 몰아붙인 자리”라며 “특히 대선 불복 운운하며 사퇴하라고 소리친 것은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1호기 폐쇄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안이라고 말해 ‘문 대통령께서 41% 지지를 받은 걸로 아는데 과연 국민의 대다수라 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게 내용의 전부”라고 해명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선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위헌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감사원은 정부 정책의 비효율성을 따지고 부정부패, 비리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제 역할인데 여기서 대선 지지율을 갖고 비판하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최 원장의 대선 불복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문재인 대통령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靑 = 청와대는 전날(29일) 감사위원 공백을 두고 최 원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드린다”고 했다. 최 원장의 ‘버티기’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감사원법에 보장된 감사원장의 ‘제청’이라는 과정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위원을 총리가 제청하도록 돼 있지만 요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 것은 실제야 어떻든 대법원장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행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행정부 수반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지만 사법부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해 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문 대통령도 개헌안에서 감사원을 헌법상 독립기구로 두겠다고 했듯,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장해 준다면 최 원장의 ‘제청’을 형식적인 절차로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독립성 훼손 의도는 = 결국 민주당의 최 원장 몰아세우기와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는 모두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교수는 “감사원의 발표로 문재인 정부가 흔들리고 대통령의 ‘레임덕’ 시발점이 될까 우려하는 여권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감사원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는 공직윤리를 여권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