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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특허건수·R&D 우세속
中 독자적 생태계로 강력 도전
美, 우방국과 협력체제 더 강화
中, 인재 영입 ‘천인계획’ 추진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각각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과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면서 극한 외교적 갈등을 벌인 배경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국의 ‘첨단기술 전쟁’이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실질 경제력에서는 미국에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5세대(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거나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첨단기술을 둘러싼 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과의 경쟁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우세 영역인 첨단기술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美, 中의 기술 추격에 ‘초강수’=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는 중국의 불법적인 기술 탈취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초강수다. 이는 역으로 미국 내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위기의식과 두려움이 그만큼 팽배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최근 “중국과 중국 공산당은 경제와 기술 주도권에서 미국을 능가하기 위해 세대에 걸친 싸움을 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미 국방부의 국방혁신 담당인 마이클 브라운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우리가 깨어 있지 않으면 중국이 정말 우리를 앞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은 2018년 5515억 달러(약 660조 원)로 미국과 같아졌고, 지난해에는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R&D 연구자 수는 2017년 기준 170만 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양국이 사활을 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를 보면 중국이 5G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고, AI·슈퍼컴퓨터·바이오 기술 등에서도 미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중국은 무인자동차 등 첨단기술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인 5G 분야에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G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점유율이 34%로, 미국(14%)을 두 배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중국은 AI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AI 특허 건수나 투자 금액, R&D 등에서 아직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우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지목됐다.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를 바이오 기술로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울 정도로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2% 정도다. 다만,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또 다른 핵심 분야인 반도체 부문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美 ‘디커플링’ vs 中 ‘천인계획’…‘기술 패권’ 사활 건 싸움=미·중이 첨단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기술 표준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향후 패권이 갈리기 때문이다. CNBC방송은 “미·중 기술 전쟁은 본질상 누가 글로벌 정보기술의 인프라와 표준을 지배할 것이냐의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또 첨단기술은 대부분 민군(民軍) 겸용(dual-use)이 가능해 기술 지배권을 행사하는 국가가 향후 군사·경제 패권을 쥘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미국은 앞으로도 기술 분야에서 인력·예산 등의 경쟁은 물론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등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기술 분야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까지 각오하며 우방국들과의 협력체제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그동안 첨단기술 분야의 국내 부품 자립도를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중국 제조 2025’와 해외 첨단분야 인재를 영입하는 ‘천인(千人)계획’을 추진해 왔다. 올해는 2035년까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넘어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중국 표준 2035’까지 내놓으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역시 미국과의 ‘결별’까지 각오한 듯 최근 핵심 기술에 대한 장악 능력 제고와 기술 국산화를 통한 자립경제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