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검찰의 거악(巨惡) 척결 기능을 무력화할 법·제도 개악(改惡)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인사’를 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발족을 서두르면서, 그것으로도 모자라는지 권력 비리 수사를 해온 검찰을 정권에 예속시킴으로써 ‘폭정(暴政)’의 길을 더 넓히려 든다. 문 정권 방안이 실시되면 ‘정치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권한을 행사한다고 할 정도로 수사를 좌지우지하고, 이는 검찰의 중립·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27일 발표한 권고안에 따르면,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전국 6개 고검장들에게 분산된다. 한마디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12조 2항을 무력화시켜 검찰총장을 검찰의 행정·사무만 관장하는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 검찰청마다 유사 사건에 대한 지휘내용이 다를 경우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 특히 임기도 보장 안 된 고검장에 ‘정치 검사’를 앉히고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를 하게 된다면 권력 비리 수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추미애 장관이 ‘울산 시장 선거공작 사건’의 기소장도 공개하지 못하게 막고, 근거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밝혀진 ‘검·언 유착 의혹’에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것만 봐도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다.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하던 관행을 깨고 판사·변호사 등도 임명하라고 권고함으로써 ‘민변 검찰총장’ 길도 열려고 한다.

검사 인사 때 장관이 직접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을, 총장이 검찰 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바꾸겠다고 한다. 추 장관 취임 후 이미 지난 1월 ‘대학살 인사’ 때 윤 총장의 의견을 무시했는데 아예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곧 단행될 검찰 인사를 앞두고 추 장관에게 쓴소리를 한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윤 총장 측근들을 좌천시키는 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승진 잔치가 예고돼 있다. 검찰 개혁 본질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이다. 검찰은 영욕을 거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 왔다. 그런데 현 정권은 ‘완장 검사’를 앞잡이로 세워 정치에 종속시키려 든다. 법치가 끝나는 곳에 반드시 폭정이 시작된다는 존 로크의 경구(警句)가 실현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