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7일 2분기 경제성장률 -3.3%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매우 큰 폭으로 성장이 후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기적 같은 선방의 결과”라면서 “경제 반등을 이뤄낼 적기”라고 밝혔다. 경제는 심리라는 측면을 고려해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비친다. 그래도 현상 자체를 왜곡하는 식의 궤변은 곤란하다.

우선,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다. 수많은 지표 중에서 일부 유리한 것만으로 전체가 그런 양 호도하는 것이다. 성장률 숫자만 보면 그런 측면이 있지만, 나라별 사정은 판이하다. 지금 성장률을 희생하더라도 미래 도약을 위해 뼈아픈 경제 개혁을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엄청난 재정을 퍼부어 성장률을 방어하면서도 포퓰리즘 정책으로 낭비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후자에 속한다.

둘째, 국내 사정만 놓고 봐도 올 초 예상보다도 크게 악화했을 정도로 적신호 투성이다. -3.3%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무슨 근거로 ‘기적’이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2%대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쁜 것이다. 코로나 사태도 글로벌 재확산 등 ‘비관 시나리오’로 선회하는 중이다.

셋째, 굳이 말하려면 ‘국내 대기업들의 기적·선방’이라고 해야 옳다. 한국의 산업은 서비스업 중심의 선진국과 달리 제조 대기업들이 떠받치는 구조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근로제, 법인세 인상 등 온갖 반시장·반기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악전고투하면서 버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적이니 선방이니 하는 용어는 현실을 바꾸지 못할 것 같으니 ‘정신승리’라도 하자는 구호와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상황 전반을 솔직히 설명하고 희생이 필요할 때는 땀과 눈물을 호소하고 솔선수범하는 게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