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시민체험관… 盧 살아계셨으면 못하게 했을 것”

이미지 크게보기재단 내부자료 노무현재단이 지난 3월 작성한 ‘대통령기념관 위탁관리 및 운영 제안서’ 표지와 ‘노무현대통령기념관 교육프로그램 설명자료’ 1페이지.

- 김해 공사현장 & 주민 반응

기념관부지 강제 수용과정서
토지주인·노점상 등과 마찰

재단자료 ‘대통령기념관’ 표기
전시내용도 ‘노무현’으로 채워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27-8번지 일대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전시관) 건축 작업이 한창이었다. 내년 5월 개관을 앞두고 연면적 3852㎡ 규모의 2층 건물의 외관은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공사 현장에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 건립사업’이라는 간판이 걸렸고, 공사안내문에도 발주처는 ‘김해시장’, 시공자는 B건설㈜로 돼 있다. 노무현기념관으로 의심받는 건물 주위에서 ‘노무현’을 암시하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시 지원금을 받으려고 이름을 저렇게 달아놨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경남도민문화체험관도 없는 마당에 김해시민문화체험관부터 짓는 게 웃기는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반칙 없는 세상’을 꿈꿨다.

이미지 크게보기 2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방문객이 사저를 관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뒤로 시민문화체험전시관 공사현장이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시 지원금 받으려는 꼼수”= 전시관은 봉하마을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노 전 대통령 친형 건평 씨가 운영하는 ‘봉하빵’ 매장과 노 전 대통령 생가 바로 맞은편이다. 마을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살았던 ‘대통령의 집’과 노 전 대통령 묘역이 나온다. 봉하마을 초입부터 이어진 ‘노무현의 길’ 한가운데에 전시관이 자리한 셈이다.

김해시와 경남도는 2017년부터 체험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 수용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땅을 소유하고 있던 주민, 노점상을 운영해 생계를 꾸리던 상인들과 마찰이 일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은 “노무현재단은 토지 수용을 할 수 없으니 김해시를 끼고 사업을 벌였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생전 친분이 있었던 한 마을 유력 인사는 “지난해 6월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 ‘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국가를 ‘합법적 폭력집단’이라고 써놨던데 지금이 딱 그 꼴 아니냐고 따졌다”며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땅을 강제집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토지수용회에 가보니 우리는 들러리여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사자(死者)가 살아 있는 사람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딱 그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노무현재단, 전시 공관 ‘노무현’으로 채워 = 노무현재단의 내부자료에도 해당 전시관은 시종일관 ‘노무현대통령기념관’이라는 명칭으로 등장한다. 또 전시 공간 및 전시 내용을 노 전 대통령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본지가 입수한 2017년 7월 작성한 ‘노무현대통령기념관 전시 콘텐츠 기본계획안’에는 ‘방문자 스스로 기억을 되살려 노무현의 삶과 정신을 자신의 삶에 접속하고 노무현성(性)을 해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콘텐츠 목적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봉하에 움튼 싹’ ‘마옥당(노 전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했던 곳)’ ‘아스팔트 위의 불꽃’ ‘시민이 발견한 자’ ‘그날’ ‘참여정부 5년’ ‘탄핵’ ‘땅으로의 귀환’ ‘봉하에 지다’ 등의 전시공간 이름을 붙였다.

2016년 노무현재단 산하 ‘기념관추진단’ 회의 자료에도 재단은 노 전 대통령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인권운동가와 민주투사로 활동하던 시절, 꼬마민주당 활동 시기와 대통령 당선, 참여정부 시기 등을 각각 옹달샘과 습지천, 강물, 바다로 형상화하는 공간 구성을 논의했다.

김해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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