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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로 본 판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최대 15%포인트까지 뒤지면서 재선을 확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6월 초 당선 확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넘었고, 최근에는 확률이 60%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2016년 대선 예측에 실패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 데다, 대선까지는 3개월이 더 남아 있다. 미국 정치 양극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백신 조기 개발 여부, 이에 따른 경제회복 수준 등이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016년 데자뷔’ 이룰까 =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성을 믿을 수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제도의 특수성과 정치 양극화, 유권자의 이중성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충성도가 낮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층과 비교해 저학력 젊은 백인 남성이라는 강력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기간 TV토론과 선거 유세 등에서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반적 경제 실적을 의미하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MI)에서도 성적이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지지율도 40% 전후였고, 경제성장률·실업률도 역대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보다 더 나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MI는 6.26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MI가 6.56으로 그 다음이다. 반면 재선에 실패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MI는 10.68, 지미 카터 대통령의 MI는 16.26으로 최악을 기록했다. MI는 한 나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해 산출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크다.

◇백신 개발 성공과 경제회복이 최대 변수 = 결국 대선까지 남은 기간에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V자형’에 가까운 경기 회복이 현실화되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기간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 상황 등이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글로벌 투자전략팀도 22일 발간한 ‘2020 미 대선, 의회 선거 중간 점검과 투자 전략 시사점’ 보고서에서 “역대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했던 변수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1기 마지막 해 6월 지지율에서 45∼78%대를 유지하면 재임에 성공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40% 안팎이다. 재임에 실패한 역대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이 38% 이하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주 ‘스윙 스테이트’ 판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하고 있다. 경합 주는 대개 백인 유권자 비중이 65∼90%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6만4000달러에 이르는 곳으로, 애리조나·미시간·오하이오·위스콘신·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 등을 일컫는다. 2016년 대선에서 이 지역 선거인단 106명(전체 대비 19.7%)을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갔다. 당시 여론조사가 이들 경합 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또 다른 변수는 지지층 결집도와 투표율이다. 지난 5월 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가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및 투표율 제고로 이어질지가 관건이지만, 백인 남성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