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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매주 발표하는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명단을 보면 ‘위로’와 ‘공감’ ‘자존’이 여전히 대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남들이 뭐라든, 남들이 어떻든, 나는 나이고, 나는 소중하다. 그러니 당신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라’는 메시지가 넘쳐납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와 극한 경쟁 속에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자존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이렇듯 위로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금,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야 할지 잠깐 망설인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여성, 장애인, 자이니치(在日·재일 조선인)라는 3중 장벽을 넘어 중증장애인으로만 이뤄진 극단 타이헨(態戀)을 이끌어 온 김만리의 자서전 ‘꽃은 향기로워도’(정미영 옮김, 도서출판 품), 그리고 에리트레아 난민의 딸이자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중복장애인으로 태어나 부단한 노력으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장애인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는 하벤 길마의 자서전 ‘하벤 길마’(윤희기 옮김, 알파미디어)가 그것입니다. 불굴의 의지와 용기로 운명을 개척한 이들의 이야기를 강조하는 게 어쩌면 지쳐 있는 사람에겐 스트레스를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게 망설임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을 기꺼이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이야말로 소수자(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과 무시 속에도 자기애를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들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당당히 나서는 힘이 됐습니다. 김만리는 언어가 아닌 장애인의 몸으로만 표현하는 무대를 만든 이유에 대해 “다수자인 비장애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우생(優生) 사상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철저히 반대하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벤 길마는 “장애는 결코 한계가 될 수 없다. 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태도와 환경적인 요인이다”라고 말합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사회는 소외를 낳는 편협한 사회다’ ‘비장애인은 정상,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논리는 무지이자 횡포다’라는 외침입니다. 이처럼 당당한 두 사람의 도전과 성공 이야기가 잠시 지쳐서 방향을 잃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되찾는 힘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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