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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교 사건 변론 통해
사회에‘성희롱도 범죄’경종
李 ‘박 前시장 이중성’비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전직 비서 A 씨를 지원하는 각 시민단체, 기관 인사들 간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A 씨를 위해 연대와 지원에 나선 이미경(사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최영애 인권위원장 등은 박 전 시장과 함께 1990년대 국내 첫 성희롱 관련 판결을 끌어낸 한국성폭력상담소 출신이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30여 년 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활동하며 한국 사회에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범죄 개념 성립에 앞장서왔다. 특히 1993년 발생했던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은 우리 사회에 ‘성희롱도 범죄’임을 각인시킨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1993년 당시 서울대 화학과 실험실에서 유급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조교가 지도교수로부터 과도한 신체 접촉이나 성적 희롱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봤던 사건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법적으로 최초 제기된 해당 성희롱 사건 당시 박 전 시장은 최은순(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이종걸(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 공동 변호인으로 나서 1998년 서울고법에서 “가해자 교수가 조교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은 이미경 소장 등 한국성폭력상담소 측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성희롱은 불법 행위’라는 인식을 세상에 알리는 데 함께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번 고소 사건에서 박 전 시장과 이 소장은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소장은 지난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은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온 사회적 리더였다”면서도 “그런데도 그 또한 직장 내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 이후 성희롱 예방이 법제화됐고 그(박 전 시장) 또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장 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성실히 이수해온 듯했지만, 본인 스스로 가해행위를 성찰하지도 멈추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