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국장 요청으로 설치 논의
檢선 “장관이 협의 몰랐겠나”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누가 먼저 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물밑 협상에 조남관(55·사법연수원 24기) 법무부 검찰국장과 강남일(51·23기) 대전고검장 라인이 가동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조 국장 측이 특별수사본부 설치 제의와 언론 발표 방안을 강 고검장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제안을 받고 협의한 것이라는 법무부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1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별수사본부 설치 논의는 조 국장 요청으로 강 고검장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극한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강 고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조 국장과도 안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고위 검찰 간부는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합의하고, 다수의 검사장을 후보로 놓고 적합한 인물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의 중립성·공정성을 위해 윤 총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 수사본부를 이끌 경우 공정성 시비 등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 과정에서 조 국장 측은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본부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과 강 고검장은 수사본부장으로 김영대(57·22기) 서울고검장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수사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편향적으로 진행한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수사 공정성을 담보할 인물이란 것이다. 특히 김 고검장은 승진을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닌 만큼, 현 정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후 조 국장은 대검 측에 합의안을 건의 형태로 외부에 알려줄 것을 요청했고, 대검은 8일 오후 6시 13분쯤 “서울고검 검사장이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장관에게 건의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8일 법무부와 대검의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양측은 모두 당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 고위간부가 협상에 나섰는데 장관이 몰랐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