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정(왼쪽) 9단이 스승인 유창혁 9단의 지도를 받고 있다. 최정 9단 제공

■ ‘만능 재주꾼’ 최 9단

최정(24) 9단의 일과는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최 9단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의 국가대표 연습실에서 대표로 선발된 동료 기사들과 대국하며 기량을 닦는다. 빡빡한 대국 훈련을 마친 뒤에도 바둑 공부는 계속된다. 최 9단은 한국기원 근처인 집으로 가 인공지능(AI)과 겨룬다. AI의 등장은 바둑 판도를 바꿨다. AI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통해 능력을 입증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정확한 수읽기가 가능하다.

물론 궁금한 것도, 신기한 것도 많은 재기 발랄한 숙녀다. 차분해 보이는 최 9단을 겉으로만 판단하면 큰 오산. 최 9단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노래’다. 최 9단은 또래 대학생들처럼 코인노래방을 자주 찾는다. 최 9단은 “워낙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혼자서도 자주 코인노래방에 간다”면서 “한번 들르면 최소 1시간 이상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최 9단은 최근 힙합에 꽂혔다. 힙합스타 김하온의 빠른 비트의 랩을 즐긴다. 최 9단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BTS). 최 9단은 “BTS가 가끔 꿈에도 나오는데, 어제도 제 꿈에 나왔다”면서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최 9단은 노래방에선 BTS의 히트곡을 빼놓지 않는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 한국기원의 관계자는 “최 9단의 노래 실력은 가수 저리 가라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춤에도 일가견이 있다. 최 9단은 2017년 2월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출연, BTS의 ‘불타오르네’에 맞춰 빼어난 춤 실력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최 9단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괜찮게 췄다고 생각했는데, 재방송을 보니 영 아니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운동신경도 남다르다. 충암바둑도장 시절부터 동료 기사들과 함께 대국 훈련을 끝내고 ‘밤 농구’로 땀을 흘렸다. 최 9단은 여성회원으로 이뤄진 농구동호회에서 활약한다. 1주일에 한 번씩 전문 코치로부터 농구를 배운다. 최 9단의 포지션은 포인트가드. 반상에서 빈틈없이 돌을 놓듯이, 농구에선 정확한 패스를 나눠준다. 최 9단은 “족구도 좋아한다”면서 “족구에선 스파이크를 빼곤 다 받아낸다”고 자랑했다. 최 9단은 “바둑에선 체력이 곧 실력”이라며 “한 번 대국에 돌입하면 몇 시간씩 앉아있어야 하기에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9단은 “필라테스와 조깅도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기에 거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