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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문화부 차장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일 경영혁신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도 1000억 원 가까이 손실이 예상되는 ‘만성적자’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양 사장은 “지상파가 독점하던 시대에 설계된 제도, 평균주의, 온정주의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혁신안의 핵심은 크게 5가지. 인건비 비중 축소, 사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 전략 마련,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해소, 그리고 수신료 현실화 추진이었다. 발표의 순서상 인건비 비중 축소라는 대책에 우선 눈길이 쏠렸다. 양 사장은 2023년까지 인건비 비중을 현재의 35%에서 30%로, 5%포인트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향후 4년간 1000명 규모의 감원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숫자가 주는 압박이 커 보일 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1000명 중 약 900명은 4년간의 자연 감소 인원이다. 실제 감원은 100명쯤 된다. 그나마도 인건비나 구조조정은 노조와의 합의 사항이어서 양 사장의 의지대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KBS는 KBS노동조합을 비롯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영노조 등 노조가 3개로 분리돼 있어 노사는 물론, 노노 갈등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하물며 인원 축소 등의 문제에 대한 답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사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 전략 마련, 낡은 규제 해소 등도 그동안 경영혁신안이 나올 때마다 ‘단골’로 나왔던 주제들이다.

따라서 양 사장이 꺼내고 싶었던 ‘본심’은 결국 수신료 현실화로 보인다. 양 사장은 KBS의 수신료 비중을 전체 재원의 70%로 올리겠다고 했다. 현재 45% 정도이므로 이를 25%포인트 이상 늘리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500원 이상으로 대폭 증액해야 한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은 시청자인 국민의 정서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수신료 거부나 분리징수 운동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 수입은 2017년을 기준으로 약 6500억 원에 달했다. 이 돈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채널도 운영한다. 그런데 이보다는 인건비 비중이 유난히 큰 편이다. 전체 재원 중 약 36%로, 15∼20%대인 MBC나 SBS에 비해 월등히 높다. 물론 KBS가 1TV와 2TV, 라디오 등 많은 채널을 유지해야 하고, 지역과 해외 네트워크도 관리해야 해 기본 인력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문제는 고연봉의 유휴인력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S 직원 약 4700명 가운데 1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절반을 넘었다. 이들은 1986 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 특수로 대거 입사해 벌써 근속 연수 30년이 넘은 상위직급자들이다. 높은 인건비 등 내부의 문제를 수신료 인상이라는 외부 수단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수신료 인상은커녕 수신료 인하나 폐지 여론이 더 높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최근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영방송 수신료를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인상 또는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32%)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수신료에 대한 KBS와 시청자의 시각엔 이토록 엄연하게 온도 차가 존재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와 해법이 요구된다. 아니면 이번에도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