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감사서 채용비리 의혹 적발

평가항목·배점 기준조차 없이
직원들이 마음대로 결정 논란

생활복지사 사표내 공석되자
공채없이 계약직을 정규직화

서울시가 민간 위탁 운영하는 여성 노숙인 시설에서 채용 비리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직원 선발 시 임직원들이 마음대로 면접 대상을 선정해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바람에 대다수 일반 지원자들에게 피해를 줬고, 공개 채용 원칙을 무시하고 정규직 채용을 강행한 경우도 있었다.

6일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여성 노숙인 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에 소재한 A 시설은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생활복지사와 사무원, 생활지도원 등 직원 6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직종에 적합한 평가항목과 배점 등 서류심사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내부 직원만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임의로 면접시험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에서 낸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지원자 44명 모두 자격 기준을 충족한 응시자였지만 면접시험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 A 시설은 또 2019년 5월 사무원으로 채용한 B 씨를 생활복지사 1명이 사표를 내 결원이 생겼다는 이유로 생활복지사로 직위를 높여 채용하고, 사무원 채용 시 2순위 점수를 받은 C 씨를 사무원으로 임용했다. 같은 해 6월 사회복지사업법 시행 규칙에 따른 복지사 신규 임용으로 관할 강남구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생기자, A 시설은 B 씨의 직위 상향 사실을 숨긴 채 사무원으로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시설은 2018년 6월 정규직 생활복지사가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그 기간을 대체할 계약직 복지사를 채용했는데, 이듬해 6월 육아휴직 신청자가 사표를 내 공석이 되자 별도 공채 과정 없이 계약직 복지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개 경쟁 원칙을 어긴 사실도 적발됐다.

서울시가 2016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진행된 D 시설의 인력 채용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 시설에서도 총 13명을 뽑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시설장과 시설 사무국장만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임의로 면접시험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13명 모집에 300여 명이 몰렸는데도 시설이 원칙 없이 ‘묻지마 채용’을 강행하면서 탈락자 대부분이 자격기준을 충족하는 데도 불구하고 면접시험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들 시설에 “투명한 종사자 채용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고 직원 임명 시 보고를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