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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부산문화회관서 음악회 여는 제갈삼 전 부산대교수

올해 美 루빈스타인 나이 넘어
발음 정확하고 청력도 빼어나
직접 작곡한 ‘환상곡’등 연주
매일 피아노 치며 섬세함 유지

“음악 활동 때문에 이렇게 건강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올해 95세(1925년 11월생)인 제갈삼 전 부산대 교수가 최고령 피아노 연주로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제갈 교수는 11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에서 ‘기네스 음악회’(포스터)를 열 예정이다. 제갈 교수는 91세 때인 2016년에도 ‘망백(望百)음악회’를 여는 등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해온 최고령 현역 피아니스트다. 제갈 교수는 올해로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미국 루빈스타인의 나이(사망 당시 94세)를 넘어섰다.

25년간 부산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공연기획을 해온 박흥주 ‘부산문화’ 대표는 “100세 넘어서 피아노를 치시는 분들도 있지만, 본인의 이름을 건 연주회를 열고 본인이 작곡한 곡이 있는 피아니스트로서는 세계 최고령”이라며 “제갈 교수를 대신해 세계 기네스 기록 등재를 위해 한국 기록원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제갈 교수는 여전히 발음이 정확하고 빼어난 청력을 자랑했다. 그는 “하루만 피아노를 안 쳐도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매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갈 교수는 “이번 음악회에서 제가 작곡한 ‘감상적인 환상곡’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2·3 전 악장을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작곡 두 곡인 ‘내가 가던 그날은’(작시 김춘수)과 ‘보리피리’(작시 한하운)는 제자인 소프라노 김유섬 교수가 독창한다. 특히 제갈 교수가 활동하다 현재 후배들이 이어받은 ‘부산 피아노 트리오’와 1세대 피아니스트인 한동일(79) 전 교수도 우정 출연한다. 제갈 교수는 “전에는 한 교수 연주회에 제가 우정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제 음악회에 참가해줘 정말 고맙다”며 한 교수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고 김춘수 시인에 대해서도 “저보다 3살이 많았는데, 동료 교사로 같이 근무하며 친하게 지냈다”며 “참 좋은 시를 쓰고 심성이 곱고 인격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회상했다. 건강 비결에 대해서는 “매일 피아노를 치며 섬세한 음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과욕을 안 부리고, 교회에도 다니며 여러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갈 교수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수창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부산여중, 경남여고에서 음악 교사를 거쳐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1년 정년퇴임했다.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과 부산국제음악제 음악감독, 부산음악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백순 음악회’도 열고 싶다”고 희망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세계 기네스 최고령 피아노 연주 기록에 도전하는 제갈삼(95) 전 부산대 교수가 11일 열리는 음악회를 앞두고 지난 6월 9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자택에서 연습하고 있다. 부산문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