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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수천억 원대에서 많게는 수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탈(脫) 원전 비용이 결국 내년 무렵부터 국민 부담으로 지워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탈원전 정책이 대규모 유·무형 손실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늦은 오후 예정에 없던 ‘전기사업자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일 0시를 기해 관보에 게시된 개정안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원전 사업자의 비용 보전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추진한다는 게 요지다. 예를 들면,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의 투자 설비 잔존가치, 천지 1·2호기 등 신규 건설이 백지화한 원전 부지 매입 비용 등을 산정해 원전 사업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전 비용의 출처다. 정부는 이를 전 국민이 낸 전기료의 3.7% 수준에서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대기로 했다. 약 7000억 원을 들여 개·보수한 월성 원전 폐쇄를 앞당기며 수천억 원의 세금을 허공에 날린 것도 모자라 또다시 국민 주머니를 털겠다는 조치나 다름없다. 결국 탈원전 정책 비용이 국민에게 떠넘겨질 거란 예상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사업 종결이 확정되지 않아 이번 보전 대상에선 제외된 신한울 3·4호기나 향후 중단될 사업들까지 포함하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빠져나갈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전력산업기반기금 여유 자금은 5조 원 수준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18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지출이 가장 많은 부담금’ 1위로 꼽혔을 정도로 중소기업들은 비용 납부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신음하는 국민에게 큰 고민 없이 너무 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