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공정성 장치와 秋장관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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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최근 갈등의 직접적 배경은, 한명숙 전 총리에 관한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추 장관의 감찰 지시에 대해 검찰에서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처리하도록 했던 사실이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은 ‘감찰 중단’이라고 공격하면서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요구했고, 윤 총장은 규정과 절차에 따른 사건 이첩이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의 지시는 검찰청법 제8조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왜 이 조항에서는 검사들에 대해서는 일반적 지휘·감독만을 인정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검사들에 대한 장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은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과 충돌해 혼선을 빚게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준(準)사법기관’인 검찰에 대한 장관의 관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두 번째 이유는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었다. 정치권의 영향력으로 인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깨지고, 편파·표적 수사가 행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앞서) 도입됐고, 법률로써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이 없는 장관이 실질적으로 수사 지시를 하게 된다면, 검찰수사의 공정성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통제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이므로 일종의 타협안으로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법무장관의 제한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일방적인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 존중과 상호 견제의 관계로 이해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협력을 요구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상호 존중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공격이 되풀이되면서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추 장관은 이제 ‘검·언(檢言) 유착’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상명하복으로 보는 추 장관의 검찰에 대한 인식이다. 취임 초기에 윤 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말했던 것이나, 최근에 “장관 말을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를 한답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면서 “말을 안 듣는 검찰총장을 데리고 일해 본 법무부 장관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총장의 갈등,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시를 둘러싼 천정배 장관과 김종빈 총장의 갈등,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황교안 장관과 채동욱 총장의 갈등은 일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갈등의 끝은 무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종빈 총장의 사퇴였다. 그러나 그것이 천 장관의 승리였을까? 장관과 총장의 갈등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며, 국민의 (장관과 총장 모두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이제 추 장관도 윤 총장과의 관계를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 존중의 관계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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