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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에 투자시기 놓쳐
올들어 삼성 인수합병 단 한건
애플·페북은 공격적인 M&A
“투자 부진 지속땐 낙오 우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에 반해 삼성은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이어진 사법리스크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신규 투자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우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전문가들은 투자 부진이 장기간 지속하면 일류 기업인 삼성도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인수한 기업은 미국의 5세대(G)·LTE 망 설계 최적화 전문기업인 ‘텔레월드 솔루션즈’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월 “텔레월드 솔루션즈의 전문 인력과 차별화한 서비스 노하우를 토대로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2020년 북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며 텔레월드 솔루션즈 인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4년째 이어진 사법리스크로 인해 미래 성장에 필요한 ‘투자 골든 타임’을 놓친 채 꼼짝을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사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공격적인 M&A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26일(현지시간) 수개월 간 협의 끝에 자율주행 기술개발업체인 ‘죽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달에는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인 ‘비컨’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애플은 지난 4월에만 가상현실(VR) 등 미래 기술 관련 스타트업 3곳을 잇달아 인수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외신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로서 VR과 증강현실(AR) 기술에 진입하려는 애플의 계획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인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업체 ‘소프토모티브’ 인수를 공식화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반면 삼성이 현재처럼 신규 투자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실기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