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해 임시훈장증서를 받았으나 잃어버린 후 67년 만에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권오근(왼쪽 두 번째) 씨가 경남동부보훈지청·39사단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남동부보훈지청 제공

‘89세 학도병’ 권오근씨

1953년 화랑훈장 수여 결정
제대후 ‘임시증서’ 잃어버려
실물 훈장 지금까지 못받아
경남보훈지청 전산기록 찾아
어제 밀양자택서 훈장 수여식

“전쟁 때 고생하던 생각이 나 한참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라가 나를 아직 잊지 않고 훈장을 찾아줘 고맙습니다.”

18세 나이로 6·25전쟁에 참전해 나라를 지킨 ‘학도병’ 권오근(89) 씨는 24일 경남 밀양의 자택으로 찾아온 경남동부보훈지청과 육군 39사단 관계자들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67년 만에 전수받았다. 권 씨는 1953년 6월 25일 화랑무공훈장 수여가 결정돼 임시 훈장 증서(기장)를 받았으나, 제대 후 힘들게 살아오면서 당시 받은 증서를 잃어버려 67년이 넘도록 실물 훈장을 받지 못했다.

그는 훈장을 되찾기 위해 국방부와 보훈청에 수차례 편지를 쓰는 등 백방으로 알아봤으나 ‘훈장 수여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 훈장 찾기를 포기했다. 그러던 중 경남동부보훈지청 소속 복지사 김재은(여·39) 씨가 지난 18일 국가유공자 가정 방문 활동으로 권 씨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훈장을 받지 못했다는 권 씨의 하소연을 듣게 됐다. 김 씨는 곧바로 권 씨가 거주하고 있는 밀양시청과 39사단의 협조를 받아 권 씨가 무공훈장 대상자임을 확인해 국방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김 씨는 “권 선생님이 훈장을 찾으려 했을 당시는 전산으로 기록관리가 되지 않아 훈장 수여자였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요즘에는 기록이 대부분 전산으로 정리돼 있어 유공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훈장을 돌려받은 권 씨는 “나라가 나를 아직 잊지 않아 훈장을 찾을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권 씨는 대구중 5학년(현재 고2)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해 1950년 9월 7일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군화도 없이 전장을 누빈 그는 태백산맥, 지리산, 남원 등에서 북한군 패잔병과 공비 토벌 작전을 승리로 이끄는 등 유격대로 활동했다. 이후 육군본부로 진출해 계엄사령부 동원부에서 자동차 징발 등 업무를 수행하고 1955년 2월 제대했다.

전쟁에 참여하느라 학업을 마치지 못한 권 씨는 1997년 참전한 동기 등 16명과 함께 대구중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권 씨는 “지금 세대는 6·25전쟁 때 선배들이 힘들게 싸웠던 것을 모두 잊고 산다”며 “선배들이 피 흘려 지켜낸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밀양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