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대구 달성군 하빈초등학교에서 신민철(가운데) 교사가 반 학생들과 교과서 없이 태블릿PC를 이용해 미술 수업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국교직원공제회 The-K매거진 제공

대구 하빈초등학교 신민철 교사

3년전부터 ICT수업자료 활용
‘플립러닝’ 등 온라인학습 준비

코로나 이후 교사 100명과
수업결손 해소 프로젝트 진행

“교사 역할은 티칭 아닌 코칭
학교 아닌 곳서도 교육 가능”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에듀테크(edutech·교육과 기술의 합성어)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수업 디자이너’예요. 교사는 학생이 배워야 할 수업을 전체적으로 디자인하고,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스스로 채워갑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비판적 사고력이 몰라보게 자라나죠.”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결정됐을 때 대부분의 교육 현장은 갑작스럽게 시행된 원격수업에 당황했다. 하지만 대구 하빈초등학교 신민철(28) 교사는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마음이었다. 그는 2017년 에듀테크 수업을 처음 알게 된 후 지난 3년간 태블릿 PC와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해 다양한 온라인 수업 자료를 만들어왔다. 학생들이 온라인 자료로 선행학습을 한 후 교실에 모여 심화학습을 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은 신 교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활용하던 수업방식이었다. 그는 “지난 2월 대구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을 때 개학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개학이 연기되면 온라인으로 학습 지도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간 준비했던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위기의 순간 빠르게 움직였다.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이 연기되자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전국의 유·초·중·고교 100명의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가자닷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온라인 수업을 통해 메울 수 있도록 동영상 및 텍스트 자료를 직접 제작해 학교가자닷컴 홈페이지에 날짜별로 올렸다. 해당 사이트는 현재 하루 최대 10만 명의 방문자가 오가는 인기 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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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사는 학교가자닷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유튜버로도 데뷔했다. 그는 강성 카카오 부사장,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지한별 화이트해커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라이브 방송에 초대했다. 학생들은 진로상담을 비롯해 미래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했다. 신 교사는 “평소 만나기 쉽지 않은 전문가분들이었는데, 학생들을 위해 출연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꼽히는 에듀테크, 플립러닝 등을 선제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신 교사가 생각하는 교육은 무엇일까. 그는 “교사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지식의 촉진자,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hing)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에서 지식의 전달은 ICT의 발달과 유튜브와 같은 매체의 진화로 인해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사는 미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바로 ‘당당하게 실패하는 법’이다. 미래 사회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데, 이 혁신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며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과감하게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부딪히면 좌절하지 말고 되돌아보는 작업을 통해 무언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는 사회와 달리 실패가 언제든 용납되고 실패가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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