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태영 前 국방부 장관

북한 도발에 계속 끌려가는 與
한미동맹 불안도 갈수록 확대
전작권과 방위비 분담금 혼미

재정은 부실하고 反기업 악화
지도자의 비전과 통합력 불안
소득 제공보다 일자리가 중요

요즈음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에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더니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그들의 욕설이 시작될 때 우리 정부는 ‘전단금지법’을 제정하고 경찰과 군을 동원해 대북 전단 활동을 저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조차 무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범여권 국회의원 170여 명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고, 여당 원내대표는 이 모든 문제를 미국 탓으로 돌렸다. 현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확대되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평화 프로세스를 주장하면서 북한에 대해 굴종적 자세로 일관했기에 이처럼 황당한 상황이 야기됐고, 이를 잘 아는 북한은 또 다른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고 군비 경쟁이 시작되는 현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북한의 핵 위협에서 지켜줄 유일한 방편은 한·미 동맹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주변국 관계를 긍정적으로 조율해야 할 텐데도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다. 6월 하순인데도 아직 타결되지 못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대통령 임기 내에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무리한 조치로 한·미 동맹은 불안해지고 있으며, 정의기억연대 비리로 본질이 퇴색된 일본군 위안부 사안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무차별 살포하고 3차 추경까지 편성하는데 이로 인해 국가재정이 부실해지고 악성 부채의 급증과 국가 신용등급의 추락으로 경제 우등생에서 단기간에 파산한 나라들의 전철을 밟게 될까 두렵다. 노조의 주장에 휘둘리는 정부의 부정적인 대기업 정책으로 많은 기업의 의욕이 감퇴해 외국 소재 기업의 자국 복귀(리쇼어링)를 적극 추진하는 선진국들과는 전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 경제의 미래도 매우 불안해 보인다.

국가지도자는 국민에게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해서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역량을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높은 인격과 성품을 갖추고 모범을 보이며, 높은 도덕성을 유지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정 추진 동력이 강해진다. 5·18 국가유공자 명단에 자신을 끼워 넣는 지도층과 민간의 후원금과 정부의 지원금을 사적 목적으로 유용하는 시민단체, 국가의 미래보다는 선거에서의 승리에만 열중하는 정치판에 국민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국민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처럼 우리 모두의 잘못이 오늘의 혼란 상태를 초래한 게 아닐까?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의식이 살아 있어야 한다. 강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공공성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평화·통일·자주’의 막연한 기대를 벗어나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고 한 걸음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의 군사전략가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의 말처럼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 대화는 완벽한 군사 대비 태세의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분단돼 통합될 때까지 45년간 무력충돌이 없었던 독일과 달리, 6·25전쟁과 정전(停戰) 이후 3000회에 가까운 군사도발에 시달려 온 한반도의 통일에는 장기간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경제 위기를 핑계로 마구 퍼주는 복지 혜택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심지어 야당까지도 다음 선거를 위해 기본소득 등 포퓰리즘적 정치를 기웃거린다. 이러한 면에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으로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복지 혜택이 수혜자들의 시민적 능력을 타락시키며 빈곤과 의존증의 노예로 만든다. …빈곤 문제의 해결책은 정부가 가난한 계층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고, 공동체와 자기 자신에게 ‘이 나라의 일원으로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을 주는 일자리에 있다. 소득 보장만으로는 자부심도, 민주사회 시민에게 꼭 필요한 공동체적 삶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