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증세’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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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코로나 사태로 재정 수요 폭증
지출 효율과 財源 마련엔 뒷전
표적 증세로는 수요 감당 못해

국민皆稅 원칙으로 공평과세
근로소득자 40% 비과세 개선
부가세율 인상 신중 검토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급박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총 250조 원 규모의 직접 지원 대책이 마련됐다. 추가로,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경 35조3000억 원을 포함해 모두 59조2000억 원이라는, 사상 유례없이 큰 규모의 재정이 투입된다. 물론 국가채무 비율도 43.7%까지 폭증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례 없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단기적인 재정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쓰나미로 인해 건전한 국가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지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새로운 복지 지출 프로그램들이 봇물 터지듯이 밀려드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전 국민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함과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다른 복지 프로그램과의 관계 설정이나 효과성, 재원(財源) 조달 방안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것은 그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늘어난 재정 지출 수요는 물론 현재 논의되고 확대되는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들, 그리고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 속에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정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추계하고 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토론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위기 이후의 재정운용계획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재원 조달을 논의하기에 앞서 각종 지출 프로그램의 도입 타당성이나 지출 효율화 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발전 과정에서 볼 때 향후 복지 프로그램이 점차 확충되고 국가 재정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향후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증세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세금 인상을 설득해야 하는 정부와 정치권 및 납세자 그 누구도 좋아하는 방안은 아니지만, 주로 현세대가 혜택을 받게 되는 복지 지출의 확대 등에 필요한 재원을 미래 세대에 전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증세가 필요한 경우 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조세 구조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조세 구조는 기본적으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사회보장 부담은 크게 낮은 데 비해 법인세나 재산 과세 등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부담의 경우 급부 수준과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증세의 일차적인 대상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들 수 있다.

소득세의 경우 우선 높은 면세자 비율을 지적할 수 있다. 근로소득자의 약 40%가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국민개세(皆稅)주의와 공평한 납세라는 측면에서도 개선이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세율 구조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 소득세는 7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되는데, 최고 세율인 42%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금액 5억 원은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과세표준 5억 원 이상의 근로소득자는 2018년 약 1만 명 이하로, 연말정산 신고자 약 1600만 명의 0.06%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수 비중이 우리의 2.5배 수준인 스웨덴의 경우 평균 근로소득의 1.5배 이상의 과세표준이면 최고 세율이 적용되며, 다른 북유럽 제국도 유사하다.

결국, 소득세 세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 대해서만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보다는 그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이른바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우리에 비해 EU 회원국은 15∼25%의 표준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세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율 인상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가가치세의 경우 세 부담의 역진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적·중장기적으로 재정 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더는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지출의 혜택만이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부담까지 함께 고려할 때 지출 프로그램의 타당성에 대한 책임 있는 분석과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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