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인공 김준수. 원 안은 공연의 한 장면으로, 모차르트가 내면의 분신 ‘아마데’를 통해 예술혼을 표현하고 있다. EMK뮤지컬 제공

■ 왜 ‘음악 뮤지컬’에 빠져드나

인간적 고뇌 깊었던 모차르트·베토벤… 악마에게 영혼 팔았다 비난 받은 파가니니
극적인 스토리에 마니아층 열광… 시즌마다 재공연에 매진 행렬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에 “눈 감고 음악만 들어도 티켓값 아깝지 않아요”

뮤지컬 ‘모차르트!’ ‘살리에르’ ‘파리넬리’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클래식 음악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마니아가 많아 재공연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네 번째 시즌인 ‘라흐마니노프’는 현재 막바지 공연을 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 공연 10주년 기념 무대인 ‘모차르트!’는 16일 개막했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악성 베토벤의 인간적 면모를 담은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는 오는 20일 세 번째 시즌을 연다. ‘살리에르’ ‘파리넬리’ ‘파가니니’도 앞으로 계속 재공연을 한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전언이다.

음악으로 드라마를 꾸미는 장르 중에 오페라는 유럽을 모태로 하며 기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달한 현대 음악극인 뮤지컬은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과 춤을 결합해 드라마를 꾸며왔다.

그런데 한국 뮤지컬계에 클래식 음악을 다룬 작품이 잇달아 나오며 붐을 이루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작품은 왜 뮤덕(뮤지컬 덕후)들을 매료시키며 마니아를 거느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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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째는 역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을 감동시켜 온 클래식 음악의 힘이다. 이들 뮤지컬은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라이브로 연주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의 감동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음악 뮤지컬을 잇달아 제작해 온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오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 친화적인 뮤지컬 작품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이색적인 즐거움이 몰입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HJ컬쳐가 만든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 김기경과 김여랑이 현악사중주단과 함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 연주했다.

‘모차르트!’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28인조 오케스트라(THE M.C.)가 참여한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해나는 “오케스트라 음악에 푹 빠졌다”고 했다. ‘모차르트!’와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김소향은 “두 거장의 음악을 들으며 연기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돼서 너무나 영광”이라며 “관객들께서 눈을 감고 음악만 듣고 가셔도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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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유는 음악가들의 생애가 독특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음악 천재로서 걸작을 향한 열망이 컸으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기도 했던 모차르트의 고뇌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베토벤이 천재인 모차르트에 대한 시기심에 시달리고 주변 사람과 갈등을 빚으며 청각 상실 등 갖은 시련 속에서 마침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극적이다. 18세기 남성 거세 가수인 카스트라토로 활동한 브로스키의 삶은 ‘파리넬리’를 통해 오늘날의 관객에게 아릿한 슬픔의 여운을 준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슬럼프를 겪다가 재기에 성공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평가받지만 쾌락을 탐함으로써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비난을 함께 받은 파가니니의 삶도 매혹적이다. 한승원 대표는 “프로듀서로서 한국인들의 정서와 맞닿은 드라마를 갖고 있는 음악가를 찾게 되더라”며 “그런 작품들이 관객의 사랑을 오래 받는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 뮤지컬이 잇달아 나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작과 흥행에서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창작 뮤지컬의 경우에 새로운 소재를 찾는데,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관객이 낯설어하기에 대중 인지도가 있는 음악가들의 삶을 다루게 된다”고 분석했다.

저작권 문제없이 뮤지컬의 핵심 요소인 음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원 교수는 “클래식 음악은 원작자가 타계한 지 오래돼 저작권료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작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