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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사회부장

정부 ‘위안부 해결’ 不作爲 위헌
박근혜 정부는 합의 위해 최선
文정부는 합의안 깨놓고 방치

에피메니데스 궤변처럼 혼란
윤미향式 분쟁 영속 추구하나
이용수 할머니는 새 미래 소망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거짓말쟁이 역설’에 빠져든 모습이다. 논리학의 유명한 궤변 중 하나로 ‘에피메니데스 패러독스’로도 불리는데, 크레타섬 출신인 그리스 철학자 에피메니데스가 “모든 크레타섬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했던 데서 유래한다. 크레타섬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거짓말쟁이의 말’을 통해 참과 거짓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위안부 합의가 있었다.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지난달 28일 말했다. 또 “운동을 주도한 할머니와 단체는 (위로금을) 돌려주고, 일부 피해 할머니는 수용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공동합의문 3개 항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토대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생존해 있던 47명 할머니의 75%인 35명에게 1억 원씩 위로금을 지급했다. 문 대통령 언급처럼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던’ 것이 맞고, 지금이라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위로금 수령 의사를 할머니들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대상에는 의원직을 꿰찬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의 후원금 부당 사용 의혹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도 있다. 현재 화해치유재단에는 56억 원이 남아 있다. 무조건 청산을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폐기나 무효화도 어렵다. 이미 위로금이 지급된 만큼 현재완료적 실효성을 갖고 있다. 이는 2018년 9월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가 2011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국가의 부작위(不作爲)는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듯 문 대통령은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그는 위헌적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서 참과 거짓의 다툼 속에서 비(非)해결 상태가 유지되는 쪽을 택했다. 끊임없이 꼬리를 먹어 삼키는 파멸 속에서 존재가 유지되는 고대의 상징동물, 우로보로스의 용과 같은 처지다. 진실과 거짓이 꼬리를 물고 도니, 참과 거짓의 구분조차 의미가 없다. 한·일 위안부 분쟁이 영속돼야 자기 존재가 유지된다고 보는 ‘윤미향식 인식구조’로의 합류다.

문재인 정부는 3개의 기둥으로 유지된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 활동가들, 이들과 손잡은 좌파 지식인 전문가 그룹이다. 정의기억연대는 위안부 이슈로 좌파 여성 전위대 역할을 했다. 반일 프레임 형성의 선봉대였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는 ‘미래를 위해 비해결에서 해결 영역으로 이동’이라는 결단의 의미가 있다. 정의연은 그럴 자격이 국가에 없다고 주장했고, 위로금 수령 거부를 독려했으며,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는 중국 근대화에 기여한 외국인 10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놀랍게도 첫 호명 인사는 마쓰시타전기 창업자인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였다. 덩샤오핑 주석은 1978년 방일 당시 마쓰시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마쓰시타전기는 중국 투자 1호 외국기업이 됐다. 다음은 오히라 마사요시 전 일본 총리였다. 신화통신은 “개혁·개방 초기에 오히라 총리가 제공한 차관은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난징 대학살, 731부대 생체실험 등 일본군이 중국에서 저지른 만행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중국은 이런 역사를 기억·기록하면서도 전후 일본이 준 도움 또한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은 반일 프레임에 갇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인이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일본이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다. 한·일은 동북아에서 미국과 3각 동맹으로 연결된 국가다.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공동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다. 한국 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과거를 끄집어내 미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군함도처럼 사실 왜곡이 있다면 항의하면서도, 새 미래를 열어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도 그런 소망을 밝혔다. 무한(無限) 반일 질주는 멈춰 세울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