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년도 우승자 닉 팔도(영국)가 1997년 마스터스 챔피언 타이거 우즈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美 골프영웅 기다리던 1990년대
21세 우즈, 사상 최연소 우승
2위와 12타차 경이적 기량 뽐내
“21C 골프 부흥시킬 대형 스타”

20세기 후반인 1980∼1990년대 미국 프로골프계는 잭 니클라우스 이후 이렇다 할 대형스타가 없었다. 이 시기 독일, 스페인, 영국, 호주 등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출신의 대형스타가 20년 가까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미국은 간절하게 영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세기가 저물기 전, 그토록 바라던 초대형 미국 스타가 등장하면서 골프계에 핵폭탄급 충격을 안겼다.

타이거 우즈였다. 우즈는 침체한 미국골프계를 구할 메시아로 떠올랐고, 등장하자마자 ‘골프황제’로 불리게 된다. 1997년 4월 10일부터 시작된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단연 돋보였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 모인 패트런은 물론, 시청자들은 우즈를 잘 알지 못했다. 프로에 데뷔한 지 8개월 정도 지난 우즈는 첫날 전반 9개 홀에서 4오버파 40타였기에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9개 홀에서 이글을 포함해 버디 4개를 낚아 6언더파 30타를 쳤다.

첫날 성적은 2언더파 70타였고, 선두에 3타 뒤졌다. 2, 3라운드를 거치면서 우즈는 놀라운 경기력을 뽐냈다.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 3라운드도 6언더파 66타. 중간합계 15언더파로 2위에 무려 9타 앞섰다. 마스터스 대회 관계자들조차 경이적인 기록이라면서 감탄했다. 최종일 4라운드 TV 시청률은 골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우즈를 보기 위해서 TV 앞에 모였다. 미국 내에서 4400만 명이 시청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특히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회원, 대회장에 모인 수만 명의 패트런은 대부분 백인이었다. 흑인은 대회장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코스를 청소하는 보조자였다. 하지만 이날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흑인 청년이 마스터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즈의 샷에 열광했고, 그를 따랐다.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가 1980년 23세로 정상에 오른 것이 마스터스 사상 최연소 우승기록이었다. 대회 최저타는 1965년 니클라우스의 271타였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두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우즈는 버디 퍼트가 홀을 훌쩍 지나갔지만, 1.2m 파 퍼트를 집어넣었다. 순간 그린 주변을 에워싼 패트런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우즈는 이렇게 4라운드에서 3타를 더 줄여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마스터스 사상 최저타, 21세로 최연소 우승, 유색인의 첫 우승이란 진기록을 작성했다. 2위인 톰 카이트(미국·6언더파)에 무려 12타 앞서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우즈의 1997년 마스터스 우승은 향후 다가올 21세기 골프 산업을 기초부터 바꾸어 놓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동안 변방에 있었던 프로골프가 스포츠의 중심에 서고, 골프 산업은 스포츠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부모가 아이들을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년도 우승자인 영국의 닉 팔도가 우즈에게 그린재킷을 입히는 장면은 ‘황제의 대관식’에 비유됐다.

이날 이후 PGA투어에서 유럽 출신의 20년 호황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골프황제의 독주가 펼쳐졌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