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슈퍼, 35×35㎝, 2017. 남해의 봄날 제공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 이미경 글·그림 │ 남해의 봄날

2017년, 20년 넘게 구멍가게 그림을 그려온 이미경 작가의 책 ‘동전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봤을 때 느낌은 이런 것들이었다. 따뜻함, 미안함,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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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구석구석 작고 낡은 구멍가게를 찾아 펜화로 그리고, 그곳의 이야기를 추억과 함께 들려준 책은 따뜻했고, 살아오며 숱한 구멍가게의 쇠락을 보면서도 사라지는 것들에 마음을 주지 못한 것에 미안했다. 그리고 모두가 바쁘게 살아도 이렇게 누군가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책이 국내뿐 아니라 영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화제가 된 걸 보면 이런 마음은 꽤 ‘시대적’인 모양이다. 첫 책 이후 3년, 낡고 작은 가게들은 어떻게 됐을까. 작가의 두 번째 책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는 그 뒤 소식이다. ‘오늘도’, ‘오늘도 문을 열었다’니 다행이다.

지난 3년간 작가는 다시 구멍가게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작가가 다시 길에 오른 이유는 첫 책 속 가게들 상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의 제보, 기사, 지인의 말을 따라갔고, 때론 가게가 있음 직한 골목을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만난 구멍가게 40여 곳을 펜화로 섬세하게 그렸고, 구멍가게를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옮겨 놓았다. 구멍가게 그림들은 정확하게 현재의 기록만은 아니다. 작가는 지금 모습을 그리면서도 쇠락하고 낡은 구멍가게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상상하며 그렸다. 가게 앞엔 벚꽃이 아낌없이 활짝 핀,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은 구멍가게의 가장 아름다운 전성기의 풍경 말이다.

오래된 가게가 자기 자리를 지키길 응원하는 작가는 이런 말을 건넨다. “책장을 넘기면서 구멍가게 그림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봐 주시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시골의 어느 마을 어귀 ‘당리가게’ 굴뚝의 밥 짓는 뽀얀 연기를 바라보고, 서울 한가운데에 있는 ‘부산상회’에 들어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여행하듯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작은 구멍가게가 단순히 옛 기억을 떠올리는 추억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이상적인 꿈일지라도 한번 꿈꿔 보려고 합니다.” 책은 여전히 따뜻하다. ‘기억과 추억으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미안함과 안도감 속에 구멍가게가 안녕하길 바란다. 224쪽. 2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