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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항쟁의 그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냈다”며 “우리는 이제 더 큰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며 “성숙하고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성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성장과 성취를 자랑했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광장 민주주의에 대해 열광한 현 집권층 지지 세력들의 행태에서도 나타났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53년 만에 단독 개원한 데 이어, 이제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고 나섰다. 원 구성 협상에서도 정당 간 협의보다는 ‘법대로’ 기조를 앞세우고 있다. 다른 쪽에선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한다. 조 전 장관은 법정에 출석하며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내 편에 선 법은 선(善)이지만 그렇지 않은 법은 악(惡)이라는 식이다.

여당은 회계부정 의혹을 받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 사수에 몰두했다. 이용수 할머니와 언론에는 친일·반일의 프레임을 씌웠다. 군사독재 시대에 함께 싸우던 시민단체들은 이제 여권과 손잡고 권력 비판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인사들은 여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민주주의가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1대 국회가 6월 항쟁을 완성할 책임을 지고 있다”며 “정치·경제·사회 구조 개혁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민주주의를 만들자고 1987년 그날 민주화의 불꽃이 그토록 뜨겁게 타올랐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윤희 정치부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