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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교육감賞 이용빈

안녕하세요? 막내예요! 매일같이 얼굴을 보는데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조금 부끄러워요.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건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실은 나 하나도 못 돌보면서 혼자 알아서 하겠다는 핑계로 마음을 전하는 데 소홀했던 것 같아요. 벌써 10대의 막바지에 있는 저를 이만큼이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이 또한 핑계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힘든 시간이 전보다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요. 아직 찾지 못한 진로에 불안하고,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에 우울하고, 또 가끔은 보고 싶은 친구들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해요.

열일곱 살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곳곳에 어둠이 있었던 것 같아요. 1년 내내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가족들의 얼굴을 자주 못 봐서, 그때는 몰랐는데 제가 많이 외로웠었나 봐요. 그 시간에 가족이 없었다면 버텨내지 못하고 도망쳤을 거예요. 2학년이 되면서 전학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무조건 반대하지 않고 그간 저의 상황을 헤아려주시고, 이해하려 노력하신 걸 알아요. 그런 모습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요. 죄송한 마음도 크고 감사한 마음도 커요. 전학을 도망친 것이라 생각하지 않게 해준 건, 저 스스로 패배자라 간주하지 않도록 해준 건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시던 엄마, 아빠의 존재 덕이에요. 많이 고맙습니다.

가끔 엄마, 아빠의 목소리보다 커지는 제 목소리를 발견할 때면, 당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인 “내가 알아서 할게”를 또 뱉어버린 제 모습을 발견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곤 해요. 곧바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일 텐데, 알면서도 왜 항상 쉽지 않은 걸까요.

엄마, 아빠. 나에게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은 여러 명이고,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도 여러 명이지만, 내 생에서 엄마, 아빠는 딱 당신들뿐입니다. 많이 사랑해요. 친구라면 벌써 나를 떠났을 텐데 엄마, 아빠라는 이유로 떠나지 않아 줘서 감사해요. 형, 누나랑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 주변에 잘 베푸는 모습, 그렇게 당신들께 배운 모습으로 살아갈게요.

언젠가 또 편지를 쓰면 그때는 죄송한 일보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일이 많기를, 사랑한다는 말이 좀 더 자연스러워진 아들이 돼있으면 좋겠어요. 염치없지만 노력할게요. 다음 생, 그다음 생에도 엄마, 아빠의 아들이기를 바라며.

이동태·박정희의 아들, 이용빈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