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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6타 뒤진 닉 팔도
4R서 노먼의 실수 연발 틈타
결국 5타差 12언더파로 우승
PGA·유럽투어에서 통산 41승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경(Sir)’ 칭호가 따라다닌다. 영국 출신으론 최초로 작위를 받은 골퍼 닉 팔도. 그는 어떻게 작위를 수여받았을까. 1957년생 팔도는 14세까지 골프클럽을 한 번도 손에 쥔 적이 없는 골프 문외한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197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가 열리던 날이었다. 그의 부모가 며칠 전 컬러TV를 샀기에 팔도는 방송으로 마스터스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잭 니클라우스(미국)에게 꽂혔다. 그날 이후로 팔도의 손에 골프채가 쥐여졌고, 3년 만에 각종 영국 아마추어대회를 석권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19세이던 1976년 그는 미국 휴스턴대에서 골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하지만 석 달도 채 안 돼 중퇴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19세의 팔도는 그렇게 프로에 입문, 40여 년 동안 PGA투어와 유럽투어 등 전 세계 프로골프계에 큰 자취를 남겼다.

팔도가 프로에 데뷔한 지 20년째 되던 1996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팔도는 3일째까지 7언더파로 2위를 달렸다. 일요일 4라운드를 선두인 호주 출신 그레그 노먼과 챔피언 조로 출발했다. 잘하면 통산 3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노릴 수도 있는 기회였다.

팔도는 1990년과 1992년 그린재킷을 입었다. 더구나 노먼은 두 차례나 마스터스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픈 상처가 있었다. 노먼은 마스터스 징크스가 있었기에 2위와 무려 6타 차이가 났지만, 마음을 놓지 않았다.

노먼은 첫날 무려 12개의 버디를 잡으며 9언더파 63타로 신나게 출발했다. 하지만 4라운드 시작부터 불안했다. 골프가 걱정한 대로 가는 스포츠라 했던가. 첫 홀 보기 등 전반에만 보기만 3차례나 쏟아냈다. 반면 팔도는 전반에 버디 3개를 뽑더니 11번 홀에서 노먼과 9언더파로 동타가 됐다. 승부수는 아멘코너의 12번 홀(파3)이었다. 노먼은 해저드에 공을 빠뜨리며 더블보기로 팔도에 2타 뒤졌다. 노먼과 팔도의 얼굴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드레스를 했다가 다시 푸는가 하면 클럽을 몇 차례나 바꾸기도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13번 홀(파5)에서 나란히 버디를 했고 14번 홀(파4)은 모두 파세이브. 15번 홀(파5)에서 노먼은 2타를 따라잡을 기회를 맞이했다. 이글을 노린 회심의 칩샷은 그러나 홀을 빗나갔고, 노먼은 그 자리에 누웠다. 노먼의 당시 사진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16번 홀(파3)에서 먼저 샷을 한 팔도는 공을 그린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노먼은 긴장한 듯 어드레스 도중 왜글 시간이 길어졌다. 공은 훅이 나 왼쪽 해저드에 빠졌다. 이때부터 추격의 희망은 사라지게 된다. 2년 전에도 노먼은 마지막 날 무려 77타로 무너졌다. 3년 전에도 역시 77타였다. 12번 홀에 이어 16번 홀에서도 역시 더블보기를 했다. 마스터스의 파3홀은 노먼에게 가혹했다. 이미 6오버파를 기록했던 노먼과는 달리 팔도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보란 듯이 버디를 추가했다.

최종 결과는 팔도가 12언더파, 노먼이 7언더파. 6타를 리드당한 채 시작했던 팔도는 이날만 노먼에게 11타 앞선 끝에 오히려 5타 차 대역전승으로 세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팔도는 브리티시오픈에서도 3차례 우승하는 등 PGA와 유럽 투어 등에서 41승을 거뒀고 국가를 빛낸 공로로 2009년 작위를 수여받았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