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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채무 임의로 ‘전망치’사용
확정치와 비교하면 111조 늘어

② 추경과정서 동일기준 미적용
본예산부터 채무비율 40% 넘겨

③‘한국판 뉴딜’ 투자액 부풀려
文정부 임기동안엔 31兆만 투입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발표 과정에서 각종 수치를 입맛대로 적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재정 건전성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액, 국가채무비율 등 지표를 짜맞추기식으로 제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 76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역시 2025년까지 추진하는 과제로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이후 3년 동안 절반이 넘는 45조 원을 투입해야 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가 3일 3차 추경안에서 제시한 국가채무비율 추이는 꼼수의 단적인 예다. 기재부는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를 840조2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재부는 분모 역할을 하는 명목 GDP 산정을 위해 자신이 최근 발표한 경상성장률 0.6%를 적용했다. 앞서 1·2차 추경 시엔 직전 경상성장률 전망치인 3.4%를, 본예산 때는 3.8%를 각각 적용했던 경우와 다르다. 경상성장률 확정치가 나온 3차 추경 발표 시엔 지난 본예산과 1·2차 추경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실질적인 국가채무비율 증감 폭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4일 문화일보가 경상성장률 0.6%를 적용해 시산한 결과, 이미 올해 본예산부터 국가채무비율은 41.7%로 40% 선을 넘겼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편성된 예산에 대한 국가채무비율에 변경된 경상성장률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관행과 맞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하며 국가채무 증가를 100조 원 이하로 맞췄다는 주장도 꼼수로 꼽힌다. 기재부는 3차 추경을 발표하며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 원이 돼 2019년 본예산의 국가채무 전망치 740조8000억 원보다 99조4000억 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 2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100조 원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 원 확정치가 공개돼 있다. 국가채무 증가를 100조 원 이하로 맞췄다고 하기 위해 전망치를 임의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뉴딜’ 역시 문재인 정부의 대표 사업이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총 규모 76조 원 중 현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하는 사업은 31조 원에 불과하다. 3차 추경을 통해선 전체 사업의 15% 수준인 5조 원을 투입하는 데 그친다. 절반이 넘는 45조 원 사업에 대해선 차기 정부로 공을 넘겼다. 임기 내 완전히 추진하지도 못하는 사업들에 대해 한국판 뉴딜이라고 이름 붙여 홍보한 셈이다. 한국판 뉴딜은 종래 ‘디지털 뉴딜’에 집중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강조하자 뒤늦게 양대 축으로 포함시켰다. 막판에는 문재인 정부가 기존에 추진해왔던 고용안전망 구축에 대해 ‘휴먼 뉴딜’이라는 새 옷을 입히려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기재부는 3차 추경 자료 초안에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고용 안정)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가, 최종적으론 휴먼 뉴딜이란 명칭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