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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장

정대협·정의연·윤미향 3角 일탈
李할머니 회견 계기 민낯 공개
민주당 - 시민단체 기득권 연대

이번 총선 결과 45명 국회 진출
정의·기억·연대로 국민 농락
궤변으로 곧바로 몰락할 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비리 의혹 폭로는 여러 면에서 충격파를 던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3인방’이 정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30년간 감춰온 민낯을 들춰낸 사건이다. 또한 권력의 주류가 누구인지 극명히 보여줬다. ‘정·정·윤’ 3인방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라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역인 동시에, 민주당과 진보 시민 단체들이 받드는 특권층임이 입증됐다. 3인방 구하기에 나선 이른바 시민사회 세력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똘똘 뭉쳐 연대를 과시했다.

아흔 넘은 이 할머니가 “30년간 재주는 내가 넘고 돈은 그들이 받아먹었다”고 절규했다. 그러면 할머니를 30년간 모신 3인방이 사죄하고, 용서를 빌고 자발적으로 검증과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치매 노인으로, 3인방 비판은 토착 왜구의 준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할머니가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 피해자인 할머니가 되레 가해자가 되고, 할머니를 돌보겠다고 만들어진 정의연이 더 중요시되는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이런 일들이 일상화됐다.

이런 가치 전도와 왜곡의 이면에는 권력을 장악한 민주화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이 존재한다. 3인방 결사 보위와 이 할머니 비판의 중심에 민주화·시민사회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 할머니가 기자 회견을 통해 윤 의원 사퇴를 거듭 요구하자 공개적으로 “굴복하지 말라”고 감쌌다.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한 중진 의원은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격은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라며 반일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학생 운동권 출신 한 의원은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할머니를 국회의원을 못 해 한이 맺힌 정치꾼으로 매도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진보 시민단체 출신은 45명이 당선됐다. 그간 국회의원 최대 직업군이었던 법조계 출신(42명)보다 많은 수다. 현 정부 청와대에는 김상조 정책실장 등 시민단체 출신이 9명이나 있다. 정의연·정대협 출신들도 정부 등 주요 기관에 포진했고, 국회의원까지 나왔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가권력을 수단으로 삼아 진보세력이 기득권화했다”고 요약했다. 기존 보수 주류와 오랫동안 싸운 이들에게 ‘정의’는 명분이었고, ‘기억’은 단결의 원천이었다. ‘연대’는 권력 창출의 토대가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는 선민의식이 싹 텄고, ‘내 편, 네 편’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물들며 ‘우리 편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의리도 강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3인방에 대한) 도덕적 검증 요구를 적들의 공격으로 간주하고 아군이니 무조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운동권 마인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권력을 장악한 주류가 아니라면 이런 인식은 소영웅주의나 객기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 사법, 입법 등 국가권력을 차지한 주류 세력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4월 총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대목이 있는 국회의사당 준공기를 LED로 가리려 하고, 국립현충원 파묘(破墓) 주장도 나왔다.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심 필요성이 제기됐고, KAL기 폭파 사건 재조사 요구도 나오고 있다. 그게 그들끼리 통용되는 정의인 셈이다. 30년간 활동한 정의연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똑같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된 ‘나눔의집’은 비판하면서 정의연은 두둔하는 연대감을 보여줬다.

노자 도덕경에 ‘기차모지(其次侮之)’라는 말이 나온다. 요즘 말로 하면 일치하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국민을 업신여기는 리더가 최악이라는 뜻이다. 86세대로 대표되는 민주화 운동과 진보 시민사회 그룹은 선거 4연승으로 대한민국의 주류이자,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처럼 궤변과 꼼수, 뻔뻔함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몰락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