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노출됐던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MIS-C) 치료 및 예방이 방역 당국의 새로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어린이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모습. 오른쪽 하단은 미국 내 최초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 샘플의 현미경 사진. AP연합뉴스

10대 청소년도 발병… 코로나 연관성은 아직 확인 안돼

유럽서 시작 미국으로 번져
환자 상당수 코로나 ‘양성’
항염증 약으로 호전되지만
美·英·佛에선 사망 사례도

국내선 의심환자 2명 발병
모두 퇴원 뒤 항체 검사 중
전염성 높은 ‘G그룹 코로나’
이태원 감염자서 확인된만큼
괴질이 함께 유입됐을 수도

미국·유럽에서 유행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까지 발생시킨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증후군(MIS-C·어린이 괴질)의 의심사례가 국내에서도 신고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간 코로나19에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던 어린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MIS-C는 지난 2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4월 미국으로까지 확산됐다. 이 질환에 걸리면 고열, 피부발진, 부기를 비롯해 심할 경우 심장 동맥의 염증을 동반한 독성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가와사키병과 유사하다. 5세 이하 영유아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가와사키병은 고열, 피부발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MIS-C와 마찬가지로 그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MIS-C는 가와사키병보다 증세가 훨씬 심각하며 10대에게도 발병해 환자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탈리아 의료진의 연구에 따르면 가와사키병이 발병하는 평균 연령은 3세, MIS-C는 7세였다. 특히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큰 중증 증상인 독성쇼크는 가와사키병 환아에게서는 보고되지 않지만, MIS-C 환아들은 50%가 이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MIS-C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이상면역 반응, 감염 후 항체 형성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명확한 기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해외 임상사례에 따르면 실제 환자 상당수가 코로나19 진단검사나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연관성이 의심되는 것이다. 치료에는 면역글로불린과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항염증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호전을 보이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사망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건의 의심사례가 발생하면서 큰 불안감이 조성됐다. 2건의 사례는 지난달 25일 서울지역 의료기관의 신고를 통해 확인됐다. 11세 남아 1명과 4세 여아 1명이다. 11세 남아의 경우 올해 1∼3월 중 필리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퇴원한 상태다. 두 소아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코로나19의 감염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항체검사를 진행 중이다. MIS-C가 코로나19 감염 이후에 겪는 후폭풍과 같은 증상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당장은 감염상태가 아니더라도 앞서 감염됐다가 자연치유가 된 이력이 있는지를 항체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감염분과 최은화 교수 연구팀은 소아에게서 코로나19와 MIS-C 간 상관관계가 없을 가능성을 1일자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를 통해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우선 코로나19 유행과 맞물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MIS-C가 국내에서도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국내에서는 2월 19일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소아 확진자가 발생했다. 2월 말부터 소아환자 수가 급증해 5월 18일 기준 코로나19 검사로 확인된 19세 미만 소아환자 수는 전체 1만1065명 중 6.9%에 해당하는 768명이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소아환자 중 가와사키병과 같은 임상 증상이 보고된 바는 없었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 발병 전과 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 2∼4월(3개월) 동안 서울 소재 3차 의료기관 2곳의 신규 입원환자 가운데 가와사키병을 진단받은 어린이 수를 조사했는데, 전후 발병 추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의 존재만으로 코로나19가 MIS-C로 이어지는 이상 면역학적 반응을 유발하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 널리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형이 최근 이태원 사태 등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배적인 ‘G 그룹’ 계열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유입된 사실이 최근 이태원 사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 때문에 MIS-C도 기존 국내 바이러스를 통해서는 발생하지 않다가 G 그룹 바이러스와 함께 유입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관련 의심사례도 이태원 사태 이후 접수된 만큼 현재까지 연관성이 없었다고 해서 관계가 없다고 결론짓기는 이르다.

한편 G 그룹 계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른 유형에 비해 병원성과 전염성이 유독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하는 ‘오송 PHRP’에 실린 질병관리본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G 그룹 유전자에서 발견된 ‘D614G’ 변이가 전염성과 병원성을 높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D614G가 모든 코로나19 유전자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이것이 숙주를 감염·전파시키는 작용과 연관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밝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