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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산업부 차장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1조 원 이상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채권단 등에서 논의를 거쳐 다음 달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 확정과 함께 추가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1조 원 이상이 추가 투입되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3조4000억 원을 넘게 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3월 말 두산그룹 자구안 제출을 전제로 긴급 운영자금 1조 원을 지원했다. 이어 4월 말에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해 3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두산 측 발표를 계기로 8000억 원을 지원했다. 또 수은이 두산에 6000억 원 외화채권 지급보증을 한 뒤, 최근 이를 대출로 전환해줬다. 결국 총 2조4000억 원이 이미 투입됐다.

여기에 1조 원 이상이 더해진다는 얘기다. 두산그룹은 전지박(2차전지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막) 생산업체 두산솔루스와 유압기기 사업을 하는 두산모트롤, 두산타워 건물, 골프장 등을 매물로 내놓고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이미 거액의 담보가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나 밥캣 등 ‘돈 되는’ 계열사를 팔지 않으면 두산 측이 자구안에서 제시한 3조 원을 맞추기 힘들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1분기 영업이익은 2018년 760억 원, 지난해 473억 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592억 원 손실이 났다.

두산중공업이 이 지경에 처한 원인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는 쪽에선 두산건설 지원에 돈을 쏟아부은 ‘부실 경영’ 탓이라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선 탈원전 정책 때문에 수주물량이 날아간 결과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적어도 탈원전의 영향이 작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두산중공업 원전부문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올해 60% 수준으로 떨어진다. 국내 원전 건설 관련 매출은 올해 3000억 원, 내년 2000억 원에 이어 오는 2024년엔 ‘0’이 될 전망이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만 재개해도 두산중공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 원자력개발국장을 지낸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지난 19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두산중공업 관계자에게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건설을 재개하면 사정이 얼마나 나아질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반쯤은 살아날 수 있다고 하더라”며 “두산에 그렇게 거액을 지원한다는데, 신한울 3·4호기 재개는 정부 돈이 들어갈 일도 없는 결정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두산중공업 협력사들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이 협력사와 맺은 신규 계약은 1105건. 전년 대비 41%, 탈원전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61%나 줄었다. 2023∼2024년 완공 예정인 신고리 5·6호기 기자재 납품은 사실상 올해 끝난다. 이후로는 협력사로 ‘수주 절벽’이 번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들을 살리려 또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 지원을 기다리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념 과잉’의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다면 두산중공업 지원금의 상당 부분은 필요 없었을 것이고, 그 돈이 더 많은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