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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사마리아인은 고대 팔레스타인의 사마리아 지방에 살던 사람들인데, 누가복음에서 언급된 후 착한 사람의 대명사로 통한다. 예수가 강도당한 이를 도운 사마리아인의 선행을 소개하면서 “너희도 이와 같이 행하라”(10장 37절)고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미국의 비영리 구호단체인 ‘사마리탄스 퍼스(purse)’는 그런 정신을 실천하는 기독교계열 단체로서, 사마리아인의 지갑이란 뜻 그대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자선 활동을 한다.

1970년 밥 피어스 목사가 설립한 사마리탄스 퍼스는 지난 50년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일해왔다. 요즘엔 미국이 코로나19로 심대한 타격을 입자 미국 구호활동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발원했지만, 미국에서 확진자만 160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10만 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에서 희생자가 많이 나오자 센트럴파크에 응급 야전병원을 짓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피어스 목사 후 사마리탄스 퍼스는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의 대부로 불리는 빌리 그레이엄(1918∼2018) 목사의 아들인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94년 방북, 김일성 주석과 회동할 때 아버지와 동행했다. 그런 인연 덕분인지 대북 지원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식량 50만t을 지원하기로 했을 때 머시코, 월드비전, 글로벌 리소스 서비스,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등 5개 미국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참여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이 관광객을 억류하고 선교사를 감옥에 가두는 행동을 해 구호단체의 인도적 지원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대한 자제하며 우회적으로 얘기했지만, 북한은 사마리탄스 퍼스 같은 구호 단체도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북한은 사마리아인의 자선 원칙조차 통하지 않아 “NGO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 당국의 고압적 태도로 제대로 분배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지원 물품 전용으로 인한 갈등 탓에 지속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자체 분배망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NGO는 다제내성 결핵 퇴치에 집중해온 유진벨 재단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