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주택매입 대부분 쓰고
부식비·교통비는 집행률 ‘0%’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안성 쉼터에 쓰일 사업비로 12억6000만 원을 책정하고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 대부분은 안성 쉼터 주택 매입비, 물품 구입비 등으로 지출됐다.

22일 문화일보가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대협의 ‘2012년도 지정기탁사업 배분신청서’와 ‘2015년 지정기탁사업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을 위한 치유와 평화의 집 사업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3년 8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사업 및 지원금을 신청하며 2012년 8월∼2017년 12월까지 총 12억6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기재했다. 현대중공업이 지정 기부로 기탁한 10억 원과 자부담 2억6000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이 중 사업비는 총 9억7180만 원으로, 주택매입비(7억5000만 원), 공사비(3500만 원), 인테리어 제작비(3250만 원), 주택 매입 관련 세금(3000만 원)을 비롯해 비품비(2600만 원), 물품 구입비(1780만 원) 등 쉼터를 매입하고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이 주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금액으로는 이동에 필요한 12인승 스타렉스 구입비(4000만 원), 원예치료·미술치료·대화프로그램·나들이 활동 등에 쓰일 프로그램 진행 및 재료비(4050만 원)가 책정됐다. 그 외 부식비가 2600만 원, 난방비가 3000만 원, 교통운영비가 5150만 원 등이었다.

하지만 사업 종료 후 제출된 정산보고서를 보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한 예산은 집행되지 않았다. 모금회를 통해 지원받은 예산 10억 원의 총 집행률은 87.96%였지만, 차량 구입비나 프로그램 진행, 부식비, 교통 운영비에는 ‘0원’이 집행돼 집행률이 각각 0%였다. 주택매입비(100%), 주택매입 관련 세금(118.85%), 공사비(99%), 인테리어 제작비(90.39%), 물품 구입비(80.68%) 등의 집행률이 높은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그 외 비품비는 42.58%, 난방비는 31.0% 집행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였지만 정작 할머니들을 위한 예산은 집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할머니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일부 진행했지만, 금액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는 등 회계 처리가 미흡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김현아·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