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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사십 대 직장 여성입니다. 지난해부터 거울을 보는 게 힘이 듭니다. 얼굴이 자꾸 이상하게 보입니다. 뭐랄까요. 탄력이 없어 피부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고 할까요. 나름 좋은 화장품을 쓰고 비싼 시술을 받아도 별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나이 든 얼굴이 싫은데 앞으로는 얼마나 힘들까요? 자신감이 떨어지니 사람 만나는 것도 점점 피할 정도입니다.

▶▶ 솔루션
A. 몸은 평생의 동반자…‘존중’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이미지 크게보기 문요한 정신과 의사

심리학에서는 ‘초점효과(focusing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경을 쓸수록 문제나 단점이 실제보다 점점 커지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얼굴의 점 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거울을 볼 때마다 점만 보이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정신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신체변형공포증(Body dysmorphophobia)’입니다. 이는 외모의 기형이 없는데도 외모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사회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질환입니다. 이 병은 처음에는 신체 일부가 크고 작거나, 혹은 비대칭적이거나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외모 콤플렉스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에 집착하다 보니 갈수록 이상하게 느끼고 비정상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 부위는 실로 다양합니다. 주름, 털, 눈썹, 점이나 기미, 코, 머리 크기, 턱이나 이마의 모양, 눈 모양이나 미간, 가슴, 손, 허벅지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몸 전체가 포함됩니다. 이들 중의 다수는 반복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받습니다. 자르거나 채워 넣거나 바로잡아야만 정상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술이나 시술도 효과가 없습니다. 계속 외모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사연을 주신 분 역시 이 질환으로 넘어갈 위험성이 있습니다. 사실 이 질환은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멀쩡한 사람까지도 비정상이라고 여기게 하는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병입니다. 그렇기에 이 병의 치료는 외모가 아니라 외모를 바라보는 시선을 고치는 것입니다. 물론 나이 든 몸을 좋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억지로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존중은 다릅니다. 존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우리는 상대를 좋아하지 않아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을 존중하는 것은 내 몸이 잘 나서도 아니고 마음에 들어서도 아닙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평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이 동반자를 싫어해야 할까요?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몸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세요. 왜 이렇게 나를 싫어하느냐고 묻지 않나요? 몸을 존중하는 것은 나와 함께 살아온 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몸을 존중해 주세요. 몸을 존중하는 것이 곧 나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