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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버마(현재의 미얀마)가 널리 알려진 것은 첫 아시아 출신 유엔 사무총장인 우탄트(1909∼1974) 덕분이다. 주유엔 버마대사였던 그는 1961년 다그 함마르셸드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제3대 사무총장이 돼 10년간 유엔을 이끌었다. 버마가 동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유엔 수장이 될 수 있었다. 스스로 “비동맹 국가 출신인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유엔을 조화롭게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았다. 반기문 제8대 사무총장은 두 번째 아시아 출신으로 2007년부터 10년간 유엔을 이끌었다.

우탄트가 유엔 사무총장이 될 무렵 버마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870달러였다. 1961년 한국의 당시 1인당 GNP가 89달러, 북한이 32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의 선진국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1962년 네윈 쿠데타 후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고 군부 집단지도체제가 지속되면서 추락해 최빈국이 됐다. 반면 한국은 비슷한 시기 군부 쿠데타를 겪었지만, 근대화에 성공하며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1989년 국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는데 2008년 사이클론 나지스로 극심한 피해를 입자 권력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아웅 산 수지 여사가 집권하며 개방 노선으로 돌아섰다. 요즘엔 로힝야 소수민족 문제로 국제적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진출 덕분에 경제 붐을 맞고 있다.

최근 김태현 중앙대 명예교수가 미얀마 관련 번역서 2권을 동시에 내놓았다. ‘잃어버린 발자욱의 강을 찾아-위대하고 안타까운 미얀마 역사’와 인도·중국 사이에서 미얀마의 길을 탐색하는 ‘친디아와 미얀마’인데 저자는 우탄트의 외손자인 딴민우(54) 박사다. 그는 하버드대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미얀마 근대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미얀마 문화보존재단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김 교수는 2013년 미얀마 방문 후 방학 때마다 양곤대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등에게 국제정치학을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초기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양곤대 국제학 한국센터를 설립·지원했는데 요즘엔 국제교류재단에서 일부 지원을 받을 뿐 대부분 자비로 진행한다. 김 교수가 7년여에 걸친 미얀마 학술봉사 첫 결실로 내놓은 번역서 덕분에 오래전 교과서에서 읽었던 우탄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