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보수가 갈 길은… 진중권(오른쪽)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오신환(가운데) 미래통합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토론회에서 보수의 총선 참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길 잃은 보수정치’ 토론회

“박정희·反共 정체성에 집착
새로운 세대 포섭에 실패해
보수·진보 아닌 실용주의로”

“통합당, 뇌가 없다” 재차 비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운동장이 기울어졌다는 걸 보수주의자들만 모른다”며 “한국 사회의 주류는 교체됐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등 야권의 총선 참패 요인에 대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없어도 이 당은 질 수밖에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진보 논객으로 유명하지만, 4·15총선 때 진보 진영의 기득권을 지적하며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진영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오신환 통합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토론회에서 “박정희 신화가 무너지는 사이 과거 386이었던 이들이 586이 돼 한국사회 주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와서 토목경제가 아닌 벤처·정보기술(IT)이 주력 산업이 됐는데 보수세력들은 정통 토목 세력과만 교감한 결과”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요즘 영화를 보면 1987년이나 광주가 공동체 기억이 됐지 (6·25)전쟁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념 별 세대 분포와 관련해서도 “보수가 박정희 시절 산업 전사와 반공 전사라는 정체성에 집착하니 새로운 세대를 포섭하는 데 실패했다”며 “보수가 너무 고령화됐다”고 했다.

앞서 통합당을 ‘뇌가 없는 정당’이라고 했던 진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도 “통합당은 뇌가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론조사도 틀리더라”며 “싱크탱크가 있고 사회과학적 인식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선 막말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집권 세력은 인터넷 강국과 빅데이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데 이쪽은 태극기”라며 “이러니 (국민이) 너희들한테는 권력을 못 준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 “보수주의자들에게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얘기할 거리가 없다”며 공화주의 이념을 권하기도 했다. 그는 “조국 사태가 잘 보여주듯 (여권이) 공적인 것을 사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공화주의로 정치는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 사안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표·보수표 정책은 이제 없다”며 “실용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