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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는 4년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헌재는 2011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청구권에 대해 한·일 정부가 다른 해석을 하는데도 한국 정부가 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앞서 위안부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1990년 이래 양국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그에 따른 배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일본 정부의 사죄는 있었다. 1992년 가토 고이치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에)군 관여를 부정할 수 없다”고 했고, 곧이어 한국을 방문한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1993년 8월에는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사죄 담화가 연이어 나왔다.

그러나 배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은 1995년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을 조성했지만, 배상금 성격을 피하기 위해 민간인의 성금을 모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독자적으로 생활지원금을 지급했다.

2015년 협상 당시 한국 측은 일 정부 예산 100% 배상금을 요구했다. 일본은 결국 예산으로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배상금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고 한국에서 만드는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는 방식이었다. 한국 정부는 일 정부 예산이 피해자에게 가는 것이기 때문에 배상금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한국 정부 내에서는 “우리가 돈이 없어 달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1엔만 받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협상이 희화화될 수 있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함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사업도 추진하기 위해 10억 엔에 합의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적폐’로 규정하고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공식 파기는 하지 않고 있다. 잘못된 합의라면 파기하고 새로운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 헌재 결정에도 맞는다. 3년의 세월이 그냥 지났고, 연로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제 18명만 남았다. 이용수 할머니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 비판도 이런 상황에 대한 답답함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