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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워싱턴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기독교 단체인 ‘포커스 온 더 패밀리’의 라디오 매체 인터뷰에서 “세계에는 기만과 허위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이 이끌어야 할 시민의 존엄을 해치는 지도자들이 있다”며 “정보가 차단되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북한에서든, 기본적 정보에의 접근이 안 되는 오늘날의 중국에서든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과 관련해 정보를 차단하거나 왜곡해 국민에게 피해를 안기는 대표적인 나라로 중국과 함께 북한을 꼽은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발병을 초기에 은폐해 세계 각국에 커다란 피해를 입혔고, 북한은 코로나19 발병이 전혀 없다는 의심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이런 대응은 국민의 생명보다는 지도자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본질을 보여준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적한 “프로파간다와 허위정보로 지도자들이 힘과 지위를 얻는 경로를 택한 나라들”이 위기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행태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계속되는 해외 언론의 건강 이상설 보도에도 21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코로나19 발병이 한 명도 없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자신은 코로나19를 피해 평양을 벗어났으니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를 돕겠다는 미국과 국제구호단체, 심지어 한국 정부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이유다. 물론 코로나19 발병자가 북한의 주장처럼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3월 25일 이란, 베네수엘라 등 8개국과 공동으로 제재가 코로나19 상황과 겹쳐 어려움을 준다며 유엔에 해제를 요청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코로나19 환자가 없는데도 제재 완화 기회로 사용하려 한 것이든, 코로나19 환자가 있는데도 말을 못한 것이든 모두 지도자 안위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다.

북한 공산주의는 이처럼 국민의 삶보다 지도자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체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계속 요구하는 건 이 사업이 북한 주민의 삶보다는 지도자 안위와 연계돼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그동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도 북한 주민의 삶과 인권은 제자리걸음이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만 가속화됐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4·15 총선 승리를 업고 남북 경협에 다시 속도를 올릴 기회만 보고 있다. 남북 경협은 핵·미사일 개발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니 괜찮다는 주장은 자위에 불과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느라 구멍 난 곳을 금강산과 개성공단으로 들어온 돈으로 채워 넣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남북 경협은 비핵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김 씨 일가의 안위만 강화해줬을 뿐이다. 미국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잇따른 남북 경협 추진 발언에 보조를 맞추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우리 정치권은 폼페이오 장관이 세계 각국에 중국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공산정권과의 진실된 윈-윈은 없다”고 한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실패로 점철된 비핵화 협상 역사가 ‘북한 공산정권과 남북경협을 하면서 북핵을 해결하는 윈-윈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