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불혹의 페미니즘 / 우에노 지즈코 지음, 정경진 옮김／스핑크스

일본 대표 지성인이자 페미니스트 우에노 지즈코의 ‘거침없는 발언’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우에노는 1970년대 ‘우먼리브(Women’s liberation)’ 운동을 겪고 20대에 페미니즘에 입문, 이후 50여 년을 페미니즘의 최전선에서 싸워왔다. 1980년부터 2009년까지 우에노가 발표한 글들을 엮은 것으로 일본에서 2011년에 나왔다. 국내 출간까지 거의 10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책은 지금도 유의미하다. 그것은 페미니즘 운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작년 도쿄 의대 입시부정 사건을 떠올려보면, 일본 내 여성 차별 문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우에노의 비판과 제언이 담긴 ‘2019 도쿄대 입학식 축사’도 특별 수록됐다.

무엇보다 책은 우에노의 삶에 포개지는 일본 페미니즘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1980년대를 시작으로, 냉전 체제 종식과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젠더 평등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던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까지 이어지는 우에노의 ‘시국 발언’은 그동안 페미니즘이 무엇을 얻었고, 무엇에 실패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미투 운동’ 등 급격한 변화를 겪었으나 여전히 과제가 산적한 한국 사회에도 저자의 통찰력 있는 글들이 힌트를 줄 것이다. 356쪽, 1만5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