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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지각… 21일 개회 ‘중국 兩會’

올 성장률 현실적 목표치 3% 안팎 제시 관측…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 추상적 목표만 내놓을 수도
매년 5000여명 참석했는데 올해는 인원 줄고 기간도 짧게… 시진핑, 코로나 방역 평가·대외 메시지 주목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는 아직 폐막일조차 공개되지 않으면서 ‘깜깜이 양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개월 반가량 늦춰진 양회의 개최 기간과 방식, 내외신 취재 등에 대해 각종 관측만 무성할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특수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회의 기간과 참여 인원이 축소되고, 철저한 폐쇄식 관리가 예상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중국 안팎의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개최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운용 방안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 가중되고 있는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압박 속에서 중국이 내놓을 자체적인 전염병 대응 평가와 대외 메시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기간·인원 축소할 듯, 방역도 ‘철저’=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오는 21일부터,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2일부터 개최한다고만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들과 홍콩 언론은 정보망을 가동해 양회에 대한 추측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들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양회 기간은 역대 최단인 7∼8일에 그칠 전망이다. 양회는 1995년 이후 매년 3월 초 개막해 통상 2주 정도 진행됐다.

양회에는 31개 성·시·자치구 전인대 및 정협 대표 5000여 명이 참석하는데, 올해는 폐쇄식 관리로 인해 참석 인원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정협 위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9일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하는데 출발 전 핵산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전인대 대표단도 홍콩 핑궈르바오(애플데일리)에 “홍콩 인근인 선전(深)으로 이동해 핵산 검사를 받은 뒤 베이징 항공편에 탑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지방 대표단은 베이징에서 숙소인 호텔과 회의장인 인민대회당만 특별 셔틀버스로 오가고 외출은 금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방에서 열린 양회를 보면 연단 위 참석자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른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회의를 진행했다. 양회에서도 인민대회당 연단에 앉는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과 정부 업무보고를 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지도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3000명에 달하는 내외신 기자단의 취재도 방역 조치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인대 개막식 첫날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때 인민대회당 2층에서 사전에 배포되는 자국 언어로 된 자료를 입수하자마자 바닥에 앉아 속보를 날리던 외신 기자들의 모습을 올해는 보기 힘들 것 같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와 신화(新華)통신, CCTV 등 대표 관영 매체만 인민대회당 현장 취재가 허용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지방에서는 양회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는 매체도 속출하고 있다. 취재 방식도 대면 인터뷰는 안 되고 화상 연결로만 진행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뜨거운 취재 열기를 상징해온 스탠딩 즉석 질의응답 형식의 ‘부장통로(部長通道)’도 올해는 운영되지 않거나 화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자들의 취재가 크게 위축되면서 최근 비자 제한과 기자 추방 등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등 서방 언론의 불만도 팽배해질 전망이다.

◇성장률·부양책 등 담길 정부 업무보고 최대 관심 =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전인대 개막날 이뤄지는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다.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주요 경제정책, 예산 등이 이때 발표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난 연말에 작성된 올해 경제 운용 방향이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고, 양회가 지각 개회하면서 정부 업무보고서가 막판까지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는 13일 “리커창 총리가 올해 초에 이어 최근 다시 공산당 외곽의 각 정파와 경제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업무보고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올해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1992년 이후 처음으로 6.8% 역성장한 상황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경제학자들과 전문가, 외신들은 성장률 목표 제시 여부 등에 대해 다양한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는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 사회 건설’ 등 다소 추상적인 목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반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근거로 현실적인 목표치인 3% 안팎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는 6.0∼6.5%로 제시됐으나 실제 성장률은 6.1%였다.

업무보고에 나올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규모와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양회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재정 적자율 상향 조정과 특별 국채 및 인프라 투자용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등 고강도 부양책이 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양회 때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와 특수목적채권 발행에 각각 2조 위안(약 344조5000억 원), 2조1500억 위안(370조4000억 원)을 내놨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8조 위안(1378조2000억 원) 이상의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매년 7∼8%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국방 예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과 대응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어떻게 내놓을지도 중국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회 개최 자체를 중국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방역에 성공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양회를 앞두고 지난 9일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방제가 결정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총체적 대응은 공산당 지도부와 사회주의 제도, 국가 통치체계의 우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으로 보아, 이번 양회에서 코로나19 방역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에 전력을 기울이자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코로나19 종식 선언’ 같은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베이징 소식통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해 팬데믹을 초래했다는 서방 세계의 비판 속에서 중국이 종식 선언이라는 팡파르를 울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원 등을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미국 등 외부 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서방의 중국 책임론 제기와 반중국 정서 고조에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경 기조의 대외 발언은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