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광주문회재단은 13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옆 광장(옛 황석영 작가 집터)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다. 황석영 작가(오른쪽 다섯번째)와 김종률 작곡가(왼쪽 다섯번째) 등 1982년 4월 당시 제작에 참여한 인사들이 제막 후 박수를 치고 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불렸던 대표적인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현장에 이를 기념하는 표지석이 세워졌다.

광주문화재단은 13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옆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다. 이 자리는 1982년 4월 노래가 만들어진 운암동 154-4번지 황석영 작가의 자택이 있었던 곳이다. 이후 황 작가의 집은 광주문화예술회관 공사로 인해 수용되면서 헐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노래 작곡을 맡았던 김종률 씨를 비롯해 노랫말을 붙인 황석영 작가, 전용호·오창규·임영희·윤만식·김은경·김선출·임희숙 씨 등 당시 음반 제작에 함께 참여했던 인사 10여 명이 38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이날 자리에서 일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으며 표지석을 가리고 있던 하얀 천을 걷어내며 그날을 기억했다. 국악당 입구 벽면에 붙은 가로 60㎝ 세로 1m 크기의 표지석에는 검정색 바탕에 흰 글씨로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가 새겨졌다. 표지석 밑 부분에는 ‘1982년 4월, 님을 위한 행진곡 이곳에서 탄생하다’는 문구도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들불 야학을 주도했던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이 1982년 2월 20일 진행된 뒤 같은해 4월 황 작가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운동가 10여 명이 추모 노래극 ‘넋풀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졌다.

김종률 씨는 앞서 5·18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는 작곡이 먼저, 작사가 나중에 이뤄졌다”며 “내가 곡을 4시간 만에 쓰고 황 작가가 그날 고심 끝에 노랫말을 붙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노랫말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옥중에서 지은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장편시 일부를 차용한 것이다.

이 노래는 카세트 테이프 녹음 방식으로 제작돼 전국 대학가로 퍼져나가 민주화운동 현장 곳곳에서 불렸다. 1997년부터는 5·18기념식에서 참석자 모두가 제창하는 방식으로 불려 5·18민주화운동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제창에서 합창단의 합창 방식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전 참석자가 함께 부르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님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교향곡 등으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재단 측은 올해도 황호준의 ‘님을 위한 서곡-빛이 있는 마을’, 김 신의 ‘님을 위한 행진곡에 의한 교향적 환상곡’ 등 창작관현악곡의 보급을 위한 연주회를 전국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정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