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게 집행유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4월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하기 위해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5000만 원을 받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해당 내용을 보고받고 예산 5000만 원을 전달토록 했고, 이 돈은 장 전 주무관에게 실제로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김 전 비서관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또 대통령 권한을 보좌하는 위치에서 돈을 받았던 만큼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 특가법상 뇌물 혐의도 적용해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중 업무상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뇌물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특활비를 수수한 것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과 공모해 횡령한 것으로 평가될 뿐 직무상 대가관계가 없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없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직권남용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장 전 비서관은 당시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장 전 주무관의 동향을 파악하게 하고 관련 의혹 폭로를 막기 위해 회유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다만 대법원은 장 전 비서관이 류 전 관리관에게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게 한 부분은 직권을 남용한 게 맞지만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 원을 전달하게 지시한 것은 고유한 ‘직무권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최종적으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