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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거대 여당 벌써 일방立法 예고
국회가 권력 分所로 전락 위험
견제기능 붕괴 땐 자의적 통치

맘대로 법 만드는 입법권 남용
사법 장악해 권력분립 無力化
거리낌 없이 위법적 행위 불사

4·15 총선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은 법치주의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21대 국회 시작 전부터 힘의 정치가 보인다. 집권 연장을 위한 개헌, 패스트트랙의 심사 기간 단축,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체계와 자구 심사권 폐지를 시도하는 여당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총선 압승을 절대 지지라고 여기는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반(反)시장 규제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권력의 질주가 예상된다. 거대 여당이 거대 권력과 야합하면 입법부의 권력 제한과 통제 기능은 무력화된다. 통치자의 자의(恣意)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법치가 위협받는다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균형 잃은 정치 상황의 출현으로 법치가 침해되는 몇 가지 형태를 짚어 본다.

먼저, 국회가 위헌적 법률을 제정해 법치를 무너뜨리는 모습이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따지지 않는 입법을 한다. 법이 요구하는 합목적성, 정의,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다. ‘초(超)법률적 법’을 만들어 ‘법률적 불법’을 자행한다.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

헌법은 자유 시장경제 질서를 선언하고 있는데도 ‘토지 공개념’과 ‘부동산 공유제’ 같은 사회주의 성격의 법률을 제정한다면 사유재산 제도가 부정돼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국회가 정권과 결탁해 이런 법을 만든다면 그것은 입법권의 남용이다. 헌법에 근거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 헌법의 수사기관인 검찰을 조사하고, 재판기관인 사법부를 조사한다면 헌법에 위배된다. 통치자가 검찰을 손안에 넣기 위해 만든 공수처법은 그 자체로 합목적성을 결여한 ‘부정의(不正義)한 법’이다.

둘째, 통치자가 권력 견제 기관을 장악하는 것이다. 권력의 분립과 통제는 법치주의의 기초다. 그런데도 정권은 사법권을 장악하려 든다. 이 방법은 매우 교묘해서 겉으로는 법을 지키는 것 같지만, 실제는 권한을 남용해 사법권을 지배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최고 구성원을 임명하는 절차는 법에 따르지만, 통치자와 이념이 같은 인사를 임명한다. 수사와 재판, 헌법의 해석까지 장악하면 독재가 완성된다. 이렇게 임명된 사법기관의 최고 구성원들은 법의 이념을 내세우지만, 정의와 법적 안정성은 왜곡되기 쉽다. ‘최고 권력자는 통치하시고, 나는 판결을 행할 뿐이다’ 하는 행태가 될 수 있다. 매우 위험한 법치의 타락이다.

지금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대법관 13명 중 7명이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념 편향적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여당의 이해가 걸린 정치적 법률과 사건을 탈(脫)이념적으로 판단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많은 헌법학자가 위헌이라고 지적한 공수처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 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삼권분립이 작동하지 않는 권력은 통제받지 않는다. 통치자 1인의 지배는 여기서 출발한다. 통치자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정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셋째, 권력자가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권력자가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고, 정파적 인사를 요직에 앉히며, 거리낌 없이 위법 행위를 자행하는 모습이 그 예(例)다. 권력자는 범죄를 합법으로 탈색(脫色)하려는 속성이 있다. 사법부를 든든한 배후로 생각하면 불법을 저질러도 죄의식이 없어진다. 권력자도 심하게 기운 운동장에선 추락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통치자는 권력을 최대한 이용한다. 인사권을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며 휘두르고 수사기관을 압박한다. 불의를 정의처럼 보이게 한다. 법과 정의가 무너진다. 국회에 포진한 통치자의 적극 지지 세력은 권력을 견제할 사명을 잊고 국익을 해하는 정책에도 협조하는 권력 분소(分所)로 전락한다.

국민이 거대 권력을 만들었지만, 입헌주의 원리에서 보면 법치 추락 가능성은 더 커졌다. 집권 세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쉽게 억압할 수 있는 구조는 법치국가에 이롭지 않다. 견제 세력 없는 권력은 언제든 국민에게 해악을 주고 국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독일의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는 “법치국가는 매일 먹을 빵과 마셔야 할 물과 숨 쉬어야 할 공기와 같은 것”이라 했다. 정치권력이 삼권을 장악하면 국민이 권력의 감시자가 돼 법치국가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