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총격은 北 오발”… 軍, 처음부터 꿰맞추기 의혹

전문가·예비역장성 문제제기
고사총 유효 사거리 축소하고
현장서 즉각 대응했다고 발표

지난 3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아군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 도발과 관련, 군 당국이 고사총 유효 사거리, 현장지휘관 적절 대응 등의 발표 내용을 처음부터 ‘우발적 총격’에 의한 오발에 무게를 두고 억지로 꿰맞추기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김형철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공동대표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군이 총격 도발에 한마디 사과나 재발방지도 약속하지 않은 터에 우리 군 스스로 우발적 사고를 염두에 두고 꿰맞추기로 국민을 속인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군 스스로 북한군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본말전도 현상”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예비역 장성들은 북한군 총격 도발에 면죄부를 주는 왜곡·은폐 의혹의 대표적 사례로 △고사총 유효 사거리 조작 △총격 사건 직후 ‘현장지휘관선 대응사격 조치’ 발표 △오발 암시 대북정보 입수설 등을 지적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도발이라면 최대 유효 사거리 내에서 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북한군이 도발 의도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군과 3사단 GP 간 거리가 1.5∼1.9㎞로 유효 사거리 1.4㎞ 고사총으로 도발을 할 리 없다는 취지였지만, 합참의 국회 제출 자료엔 북 기관총이 하늘로 쏘면 유효사거리 1.4㎞, 지상에선 3㎞라고 적시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고사총은 대공용으로, 유효 사거리 1.4㎞는 공중 발사 시에 해당되며, 지상으로 쏘면 중력을 덜 받아서 3㎞로 늘어난다는 기본상식을 합참이 몰랐을 리 없다”고 분석했다.

합참은 브리핑 당시 “10여 발 2차례 대응 사격은 현장지휘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현장에서는 조치가 잘 됐다”며 GP 소초장(중위) 판단이란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초소장이 사단장에게 보고한 뒤 사단장이 다시 명령을 내려 대응 사격을 하기까지 약 20분이 걸려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이 북한군 총격이 ‘우발적 오발’임을 뒷받침하는 북한군 교신내용 등 대북정보를 입수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미국과도 정보를 공유했다는 주장 역시 밝혀야 할 의혹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