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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국무부를 떠난 건 63세 때인 2001년 1월이다. “다음 무대에선 더 흥미로운 일을 하겠다”고 했던 그는 실제로 19년째 새로운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오는 15일 83세가 되지만 지금도 조지타운대에서 외교정책을 가르치고, 국제 컨설팅 회사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공동대표로 일한다. 미국민주주의협회 회장,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모교인 웰즐리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도 열어놓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며 대안을 모색 중이다. 국무장관이던 2000년 10월 방북해 ‘자신과 키가 비슷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12시간 동안 대화했던 그는 아들 김정은을 ‘진성 파시스트(true Fascist)’로 분류했다.

올브라이트는 회고록 ‘지옥과 다른 목적지들(Hell and Other Destinations)’을 최근 펴냈다. 2018년 ‘파시즘’ 출간에 이어 2년 만인데, 국무장관 시절의 체험에서부터 노년의 지적 활동까지 솔직하게 담아냈다. 늘 “장관이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며 뉴스와 외교 안보 상황을 추적해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1998년 알카에다가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을 폭파했을 때 국무장관으로서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하면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면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이런 교훈은 코로나19처럼 보건문제가 국가안보 문제가 된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서, 코로나 이후 시대에 꼭 필요한 외교적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 전 런던 히스로공항에 도착했을 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공항 관계자들을 보면서 “놀랐다”면서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는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낸다고 했다. 또 “명사의 부고 기사를 미리 준비하는 언론사로부터 매년 근황 확인 연락을 받는 것이 유쾌하지 않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몸에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지적 유연성을 높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체코 태생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유엔 대사,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은사이자 민주당 외교 좌장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7년 세상을 떠난 뒤 공화당의 헨리 키신저(96) 전 국무장관에 버금가는 외교 원로로 자리매김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