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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공연계 새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막바지 공연 중인 이 작품은 지난 2월 개막 이후 매번 기립 박수를 받고 있다. 감염병 사태로 흥행에 차질을 빚었으나, 마니아 관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반응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일부 관객은 “이 작품을 보니 국악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창작 뮤지컬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로서 이 작품을 살피며, 두 가지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하나는, 국악의 현대화·대중화 작업이 뮤지컬 무대에서도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젊은 제작진과 기성세대 기획자의 ‘세대 공감’이 우리 사회에 뜻있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시조를 금지한 가상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지배-피지배 계층 문제를 해학과 풍자로 풀어낸다. 국악 장단을 바탕으로 힙합과 랩을 아우르고, 전통 춤사위와 브레이크 댄스를 섞어 익살을 자아낸다. 제목에서 보듯, 시조 운율을 랩의 라임으로 해석해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스웨그’를 만들어낸다. 극 중 넘버마다 흥감이 넘쳐서 배우들과 관객이 신나게 ‘떼창’을 한다. 민초의 애옥살이 한(恨)을 흥(興)으로 승화시키는 우리 전통 연희의 특징을 서양에서 시작한 장르인 뮤지컬 무대에 제대로 녹여냈다는 점에 이 작품의 탁월성이 있다.

이는 뜻있는 예술인들이 국악을 현대인의 감성에 접목하는 작업을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해 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국악계 일각에선 국악의 현대화·대중화 작업에 대해 우리 음악 정수를 해치는 짓이라고 경계했다. 그런 우려는 일리 있으나, 고갱이를 지킨다며 국악 자체가 고사하는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국악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당대의 한국인에게 왜 그 정수를 즐기지 못하느냐고 타박할 일도 아니다. 이런 현실을 딛고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뮤지컬 ‘외쳐, 조선!’은 그 노력의 발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빼어난 작품이 대학교 과제물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2017년 당시 예술대 재학생 3명이 공동 작업을 해 학교 무대에 올렸고, 2년 후에 일반 극장에서 선보였다. 연출, 작가, 음악감독 등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이 모두 신인으로 이뤄진 작품은 예상 밖 ‘대박’을 쳤고,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례적으로 6개월 만에 대학로 대극장에서 재공연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

‘아이들’ 작품의 가능성을 보고 상업 무대 제작을 맡은 이는 올해 60세가 된 기획자이다. 대극장 재공연을 제안한 이는 50대 극장장이다. 이른바 기성세대 인물이 젊은이들의 도전을 알아보고 그걸 뒷받침해서 공연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우리의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는 작품 캐치프레이즈 아래에서 세대 공감이 이뤄진 셈이다.

젊은이들의 창의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당대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것. 기성세대의 책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노틀이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 우리 사회 각 영역, 특히 정치권에서 새삼 새겨야 한다면 공염불일까.